2007 K리그 올스타전의 빛과 그늘

악재 속에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관중은 즐거웠다
중부팀 5-2로 남부팀 제압, MVP 데닐손
  • 등록 2007-08-04 오후 7:41:58

    수정 2007-08-04 오후 7:41:58

[이데일리 김삼우기자] 곧 비가 내릴 듯 어두운 하늘만큼이나 프로축구연맹 직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K리그 ‘축제의 한마당’ 2007 올스타전이 열린 4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 중부-남부팀의 본 경기가 열리기 직전까지 관중석의 상당 부분이 비어있는 것을 보면서 한 직원은 ‘맥이 빠진다’고도 했다.

석달 전에 시작, 보름전부터는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면서 준비한 올스타전이었지만 관중수는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만5832명. 평일인 지난 1일 이곳에서 열린 FC 서울-수원 삼성과의 FA컵 16강전에 든 3만1000여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프로연맹 직원들은 할 말이 많다. 특히 전날 박성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발표한 대한축구협회에 원망이 컸다. 하필이면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날 감독을 발표했느냐는 것이다. 늘 국가대표팀에 관심이 집중되는 한국적인 현실상, 핌 베어벡 감독의 사퇴에 이어진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에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진 탓에 올스타전은 언론에서 예년만큼 다뤄지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오전에는 폭우까지 쏟아져 올스타전 무기 연기까지 검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쏟아지는 비로 스타들의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은 고사하고 경기도 정상적으로 열기 힘들다는 분위기였다.

다행히 오락가락하던 비가 오후에는 그치기 시작, 행사를 진행키로 했다. 그라운드 사정은 좋지 않아도 팬들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관중들은 즐거웠다.

프로연맹 직원들의 아쉬움은 짙었지만 올스타전은 역시 올스타전이었다. 선수들은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남부팀의 GK 김영광은 이어지는 중부팀의 슈팅 세례를 몸을 던져 막아 냈고, 중부팀의 이근호는 개인기를 부리려다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일부러 한 게 아니라 열심히 뛰다보니 나온 장면이었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데닐손은 특유의 ‘마빡이 골 세리머리’로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선수들도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 주려 애를 썼다. 대포알 같은 슛, 현란한 개인기, 몸을 사리지 않는 다이빙 헤딩슛 등이 그라운드에서 연출될 때마다 팬들은 환호했다. 전광판을 통해 김남일 박주영 이관우 등 스타들의 얼굴이 비춰지면 또 그들은 열광했다.

중부팀의 차범근 감독은 경기 종료 3분여를 남겨 놓고 김남일과 박주영까지 투입, 팬 서비스를 했다. 이들은 부상으로 정규리그 경기에는 나서지 못하는 처지다.

경기는 중부팀의 5-2승리로 끝났지만 승부는 큰 의미가 없었다. MVP는 후반 투입돼 세골을 터뜨린 데닐손(대전)이 수상했다.

경기 후 프로연맹 양태오 부장은 “여러가지 악재 탓인지 기대했던 관중수에 1만 여명이나 모자랐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그래도 김병지 최진철 등 노장을 비롯 모든 선수들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분위기는 좋았다”고 마음을 달랬다.

양 부장은 “선수들이 3일 축구 클리닉을 비롯 각종 올스타 행사에서 이전과는 다른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8일 재개하는 K리그를 앞두고 선수로서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임한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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