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 시즌을 맞은 LG그룹의 표정이 밝지 않다. 주력 계열사들의 2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올들어 원재료 가격 상승, 치열한 시장경쟁으로 인한 제품가격 하락 등으로 상반기 내내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현대차, SK, 롯데 등 5대그룹사중 계열사 평균 주가가 지난해말 대비 하락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왼쪽그림 참조)
LG필립스LCD(034220)는 2분기 사상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LG화학(051910)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첫 적자를 내는 등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수준에 불과했다. LG석유화학도 정기보수 등 일시적인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영업실적 부진에 따른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LG전자(066570)가 2분기에 시장전망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LG전자도 자회사인 LG필립스LCD 지분법 평가 영향으로 순익이 적자전환했고, 휴대폰부문이 여전히 적자를 내는 등 갈길이 바쁘다.
장세현 하나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그룹 포트폴리오에서 올해의 캐시카우인 반도체가 빠져서 삼성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통신부문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LG필립스LCD의 지분법 평가로 전자마저 2분기 순이익 적자전환했고, 화학부문에서도 중국의 성장으로 그룹사 전체의 이익이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현대증권 박대용 연구원은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등 주요 자회사의 영업실적만을 고려할 때 지주회사 (주)LG의 2분기 영업수익은 전년대비 5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계열사들의 부진으로 지주회사인 (주)LG는 지난해 연말 주가 3만1400원에 미치지 못하는 2만5000원대 주가를 나타내고 있다. 2분기 자회사들의 실적 회복 가능성 기대감으로 지난 4월 한때 3만6000원대까지 상승했으나 본격회복 가능성을 좀 더 미루는 분위기다.
주력사들의 실적부진은 LG그룹의 사업 구조변화 가능성에 대한 추측마저 낳고 있다. 하이닉스 매각이 거론될때마다 주요 인수자로 거론돼 왔고, LG화학과 LG석유화학의 합병설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LG그룹은 이같은 전망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LG내부에서는 "업종 경기에 따른 실적부진을 시장이 과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주회사 (주)LG가 지난 5월17일 LG화학 주식 330만주(5.12%)를 매입키로 이사회 결의한데서도 읽혀진다. (주)LG는 당시 주요 자회사인 LG화학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 잉여자금을 활용해 1년내 330만주를 매입키로 결정했다.
정 배경을 설명했다.
(주)LG는 이후 7월초까지 82만9230주 가량을 매입했다. 그러나 LG화학은 아직 저평가 상태임을 실적 회복이나 주가를 통해 확인시켜 주지는 못했다. (주)LG가 매입을 결의할 당시 4만원대 초반이던 주가는 3만원대 초반으로 하락한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LG 주력사들의 부진에 대해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들이 제기되고 있다. 개별 계열사들 또한 일부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체질개선을 추진중이다.
LG화학은 실적부진의 주요인인 PVC 생산라인 구조조정과 성장사업인 정보소재를 강화키로 했다. LG석유화학은 2분기 정기보수로 극심한 실적부진을 나타내 하반기에는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LG필립스LCD와 중복되는 OLED 사업을 LG필립스LCD로 넘기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LG필립스LCD는 조단위의 투자가 들어가는 8세대(50인치대 LCD TV용 패널) 투자를 보류하고, 5.5세대(와이드 노트북 모니터용 패널)에 투자를 집중하는 투자전략에 변화를 줬다.
이같은 계열사들의 노력이 하반기부터 결실을 맺어갈 수 있을까. 시장은 LG주력사들의 2분기가 새로운 모멘텀이 시작되는 바닥인지, 아직도 어두운 터널속인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시장은 여러가지 대외변수로 인해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가운데에도 2분기 기업실적이 바닥임을 확인하고, 이를 모멘텀으로 삼고싶은 욕구가 크다. 이것이 시장이 특별하게 LG 주력사들을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