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뉴욕 주식시장은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5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금리인상 조기 중단을 시사할 것이란 기대가 팽배했고, 연준도 FOMC 성명서를 통해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우 지수는 지난 2000년 1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점을 80포인트 남겨두며 고점 돌파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주 후반 11~12일 양일간의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일거에 날려버렸다. 금, 구리, 원유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과 추가 금리인상 우려를 불붙였기 때문이다. 실제 고유가 여파로 미국의 4월 수입물가는 월가 예상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의 상승세를 보였다. 뉴욕 주식시장은 이틀 연속 급락하며 단기 지지선을 하향 이탈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한 주 동안 다우 지수는 1.7% 떨어졌고, 나스닥은 4.2% 하락했다. S&P500도 2.6% 내려 주간 낙폭으로는 작년 10월 이후 7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 이틀 동안 다우가 2.1%, 나스닥이 3.3%, S&P가 2.4%씩 하락했다는 점에서 주 후반 주가 하락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주에는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들이 발표된다. 16일4월 생산자물가(PPI)와 17일 소비자물가(CPI)가 그 주인공. 두 물가 지표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경제지표에 의한 통화정책 집행`을 강조하고 있는 버냉키 호의 선택을 좌우할 전망이다.
730달러를 넘보고 있는 금값과 70달러 위에 안착한 유가 등 상품가격 동향도 주식시장에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적 발표 기업 중에서는 미국 양대 PC업체인 델과 휴렛패커드가 시선을 끈다. 델은 이미 지난주 실적 경고를 한 바 있어 기술주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 외 미국 1~2위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타겟도 성적표를 내놓는다.
버냉키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의 연설도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CNBC 앵커 마리아 바티로모와의 독대로 홍역을 치른 버냉키 의장이 통화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많다.
◆물가-주택관련 지표 관심
이번 주에는 물가와 주택관련 주요 경제지표가 대거 발표된다.
17일 4월 소비자물가(CPI) 예상치도 0.6%로 3월 0.4%보다 높다. 다만 4월 근원 CPI 예상치 는 0.2%로 3월 0.3%보다 조금 낮다.
미국 주택경기가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많은 상황이라 주택 관련 지표에서도 시선을 뗄 수 없다. 16일 4월 신규 주택착공 예상치는 197만채로 한 달 전 196만채보다 조금 높을 전망이다.
이 외 뉴욕 연방은행과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이 발표하는 5월 제조업 지수, 4월 산업생산 및 설비 가동률, 컨퍼런스보드의 경기선행지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도 주목해야 할 지표들이다.
16일에는 버냉키 의장이 애틀란타 연방 금융시장 회의에서 연설한다. 이 외 수전 비에스 연준 이사,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은 총재, 제프리 래커 리치몬드 연은 총재, 마이클 모스코우 시카고 연은 총재 등도 연설자로 나선다.
◆델-HP-유통주 실적 관심
18일에는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인 델(DELL)이 분기 성적표를 내놓는다. 델은 지난주 회계연도 1분기 주당 순이익이 33센트에 그쳐 기존 회사 전망치인 36∼38센트에 미달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톰슨 퍼스트콜이 집계한 월가 전문가 전망치에도 5센트 모자란다.
델은 1분기 매출 역시 당초 예상범위(142억∼146억달러)의 하단부인 142억달러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월가 전문가 예상치 145억달러보다 낮다.
델의 라이벌이자 다우 지수 구성 종목인 휴렛패커드(HPQ)는 16일 실적을 발표한다. 델의 여파를 감안할 때 휴렛패커드 역시 이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에는 갭, 리미티드 브랜드, 노드스트롬, 시어스 홀딩스 등이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상품가격도 주목..금 어디까지 오를까
지난주 후반 주가 급락을 야기한 원자재 가격도 관심 대상이다.
12일 뉴욕 시장에서 6월물 금가격은 전일대비 9.70달러 낮은 711.8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금값은 지난 한 주 동안 4% 급등했다. 특히 12일 개장 초에는 732달러까지 치솟아 지난 1980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은, 구리 등 기타 상품 가격도 마찬가지다. 12일 하루로는 하락했지만 모두 주간 단위로는 큰 폭 상승했다. 특히 구리 가격은 지난 한 주 동안 10.6% 치솟으며 사상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와 국제 정세 불안 등으로 상품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특히 금값의 경우 1980년 1월 기록했던 사상최고치 850달러도 가시권에 들어와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투자자들의 인플레와 고금리 우려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1980년 12월 미국 은행들의 최고 우대 대출 금리(프라임 레이트)는 무려 21.5%에 달했다. 현재 프라임 레이트는 8%다.
D.A. 데이빗슨의 프레드 디킨슨 스트래티지스트는 "금값 700달러는 투자자들을 진짜 두렵게 만들고 있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세의 전주곡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주 2.6% 상승한 유가도 마찬가지다. 특히 나이지리아의 폭발 사고로 인한 대규모 사망자는 지정학적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JP모건의 앤서니 챈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은 유가를 주시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유가 동향은 주가에 정말 불친절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