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공급 물량이 증가하면서 지방 아파트 시장의 고(高)분양가 ‘거품’이 조금씩 빠지고 있다.
지난해 지방 최대 분양시장이었던 대구에서는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평당 100만~200만원이 낮은 평당 500만~600만원대 물량이 나오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도 가격이 낮을수록 분양이 잘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본격 분양시즌이 시작되지 않은 만큼 올해 지방 분양가가 하향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달 분양한 대구 동구 각산동 대우푸르지오(29~48평형 1071가구)는 평균 분양가가 580만원대였다. ‘대구의 강남’으로 통하는 수성구에 비해 입지가 떨어지는 지역이긴 하지만 최근 보기 드물게 낮은 분양가였다. 이 아파트는 현재 계약률이 80%를 넘어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주변 분양권 시세에 프리미엄을 얹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높인 업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주변 분양권 시세 수준으로 가격을 낮춘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수성구 만촌동에서 분양한 수성풀비체(48·58평형 106가구)도 평당 700만원대의 저렴한 분양가로 1.8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달 수성구에서 800만~900만원대로 분양한 한 유명 브랜드 아파트 단지는 계약률이 10%에 못 미쳐 분양가 인하와 금융조건 완화 등을 검토 중이다. 이 아파트 30평형대 분양가는 평당 800만원 전후, 40평형대 이상은 평당 928만~997만원 수준이었다. 같은 수성구에서 평당 분양가가 1200만원을 넘은 I건설의 주상복합아파트 역시 분양 한 달째를 맞았는데도 계약률이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연초 고분양가 아파트들이 줄줄이 분양에 참패해 분양을 앞둔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며 “부지 매입가가 워낙 비싼 탓에 분양가를 낮추기 어려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