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북측 대표단은 14일 또는 15일 현충원 참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었다. 북 대표단은 이날 오전 고려항공편으로 서울에 도착, 여장을 풀고 점심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북측 대표단의 참배는 분단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북측 대표단은 이날 현충원에 도착한 뒤 6·25 전사자 위패와 무명용사 유골이 봉안된 현충탑에 들러 5분여간 묵념을 올렸다.
이날 참배에는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림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 부위원장,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과 김정호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장, 성자립 김일성종합대 총장 등 총 30명이 참석했다.
김기남 비서와 림동옥 제1부부장은 현충원 참배에 앞서 이날 숙소인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우리측 대표단과 가진 환담에서 "조국광복을 위해 생을 바친 분이 있어 방문하겠다는 의견을 제기한 것"이라며 "6·15 시대에 맞게 구태에서 벗어나 화해협력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이번 참배는 사실상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평화와 대화 협력의 분위기를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보수단체들은 북측이 전쟁책임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채 현충탑을 참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반대시위를 벌이다 20여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마찰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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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측 당국 대표단은 이어 저녁에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되는 8·15축전 개막식에 참석, 남북 통일축구경기를 관람한 뒤 저녁 9시30분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리는 이해찬 총리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북측 대표단 50여명이 국회에서 김원기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여야의원과 해외대표단 등 모두 250여명이 오찬을 같이 할 전망이다.
북 대표단은 17일에는 청와대로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6·15 행사를 위해 방북했던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6월17일 노무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전격회동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역시 김 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노 대통령을 답방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따라 정가에서는 북측 대표단의 청와대 예방에서 북핵 문제 및 남북관계에 대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전달될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담길지 등에 대한 전망이 무성하게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