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이중섭작품 위작 시비가 대규모 위작(僞作) 조직이 있다는 데까지 나가고 있어 앞으로 큰 파문이 예상된다.
22일 서울 평창동 한백문화재단에서는 최근 경매에 나왔던 이중섭(李仲燮·1916~1956·사진) 화백 작품의 진위 여부를 놓고 ‘진짜’라고 주장하는 유족과 ‘가짜’라고 맞서는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감정위원들이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평론가 최석태씨 등 감정협회 위원은 이중섭 화백의 차남 태성씨가 600점에 달하는 이중섭·박수근 위작을 갖고 있는 조직으로부터 가짜 그림을 받아 국내 경매에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중에 나올 경우 600억~1000억원에 달하는 위작을 가지고 있는 ‘이중섭·박수근 미발표작 전시준비위원회’가 모 방송국과 접촉해 연말 ‘이중섭·박수근’ 전시회를 개최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수근씨 유족은 이러한 접촉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태성씨는 “아버지 작품을 가지고 전시를 하겠다는 분들과 만나 그림을 본 적은 있지만 결코 작품을 받은 적은 없다”며 얼마 전 ㈜서울옥션을 통해 내놓은 작품 8점은 “분명 그동안 죽 소장하고 있던 진품”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유족이 소장품이라고 주장한 ‘물고기와 아이’ 등은 ‘똑같은 작품을 베낀 위작’이라는 시비에 휘말렸다.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태성씨는 이날 아버지의 은지화·수채화·편지·사진 등 미공개 자료 30여점을 추가로 갖고 와 선보이며 ‘원작을 조악하게 베껴 그렸고 그림의 서명과 필선이 이상하다’는 감정협회의 주장에 대해 “아버지는 같은 그림을 여러 장씩 그렸고 그림과 편지에 따라 필체가 달라지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이중섭 그림은 한국 화가 중 박수근(朴壽根) 작품과 함께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으며, 최근 유족이 내놓은 작품이 최고 3억1000만원에 팔렸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 경매에 나온 이중섭 작품 중 최고 기록이지만 ‘소’ 등 이중섭의 대표적인 유화가 나올 경우 작품 가격은 수십억원대라고 미술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날 토론자리에는 감정협회가 ‘이중섭·박수근 미발표작 전시준비위원회’의 일원이라고 언급한 모 대학 교수 A씨도 자리했다. A씨는 “미공개 작품을 수백 점 소장한 분과 함께 전시를 추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중섭 유족에게 건넨 적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