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 음악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인 작곡가 히사이시 조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현재 히사이시 조의 악곡을 허가 없이 편곡해 이용하는 행사가 세계 각지에서 다수 행해지고 있다”는 글을 올리고 매우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해당 글을 통해 “히사이시 조의 이름을 올린 공연도 있지만 이 역시 승인하지 않았다”며 “작곡가의 정식 허락을 얻어 악곡 이용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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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4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클래식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에는 2개의 ‘히사이시 조 콘서트’가 이름을 올렸다.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 게임 ‘메이플 스토리’를 내세운 공연도 포함됐다.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은 하루, 길어야 2~3일 공연한다. 반면 영화음악·애니메이션·게임 음악 콘서트는 오케스트라와 프로그램만 구성하면 같은 내용으로 전국 각지에서 여러 차례 공연이 가능하다. 티켓 판매 수익도 높을 수밖에 없다. 공연기획사 입장에선 포기하기 어려운 수입원이다.
‘히사이시 조 콘서트’를 주최하는 기획사들은 국내 저작권법에 따라 악곡 이용을 위한 저작권료를 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히사이시 조가 밝힌 것처럼 허락 없이 그의 이름을 내건 공연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K컬처’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문화아이콘이다. 문제는 저작권에 대한 국내 인식은 국제적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히사이시 조 콘서트’는 당장 눈앞의 수익에 눈먼 후진국형 행태다. 한국 문화계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