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작년말 기준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는 20조9200억원이다. 한전채는 이를 기준으로 5배(104조6000억원)까지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현재 발행잔액은 79조6000억원이다. 문제는 올해 6조원대 손실을 보면 자본금+적립금 규모는 14조9000억원으로 줄어 내년 한전채 발행한도가 74조5000억원으로 쪼그라든다는 점이다. 이미 발행한 한전채가 발행한도보다 많아 5조10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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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배당 절차를 밟고 있던 6개 발전 자회사 가운데 한수원과 동서발전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중간배당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정관 개정을 의결했다. 다른 발전 자회사들도 오는 14일까지 이사회를 열고 정관 개정안을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상법에는 영업년도 중 1회에 한해 이사회의 결의로 정한 날에 배당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
다만 허들은 남았다. 업계에서는 정관 개정을 통해 중간배당을 위한 근거를 뒀어도 각 사가 구체적인 중간배당 액수를 정하는 단계에서 다시 한번 이사회를 여는데 진통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정관 개정에 대해 산업부의 인가를 받은 후 한전에서 구체적인 배당액을 요구하면 발전 자회사들은 다시 이사회를 열어 결정해야 한다.
최대 2조원대 중간배당은 요구받은 한수원은 올해 1∼3분기 1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때문에 중간배당을 위한 법적 근거를 두는 정관 개정안 의결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나머지 5개 발전 자회사들은 올해 흑자를 냈지만, 흑자 폭은 크지 않다.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남부발전 2135억원 △서부발전 2800억원 △동서발전 3402억원 △남동발전 3576억원 △중부발전 4101억원이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전의 요구를 수용하려면 올해 영업이익을 모두 반납해야 하는 셈이다.
한전의 배당 목표액은 당초 4조~4조5000억원이었지만, 발전 자회사들과의 협의 과정에서 3조5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4조원의 중간배당이 결정되면 올해 한전 적자는 약 2조원 수준으로 축소된다. ‘자본금+적립금’은 18조9000억원으로 내년 회사채 발행 한도는 94조5000억원이 된다. 현재보다 14조원 이상 회사채를 더 발행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전의 중간배당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전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 해법은 석유, LNG(액화천연가스) 등 원자재 값에 연동해 소매요금을 조정하는 ‘원가주의’ 원칙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중간배당까지 요구한 것은 한전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인데 한전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이 가장 필요하다”며 “4분기 전기요금 조정시 공급 원가가 가장 낮은 산업용(을)만 올리고 원가가 높은 가정용 등은 동결한 것은 원가주의 원칙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재무 위기 극복을 위해선 현 전기요금(166.0원/㎾h)에서 15%(25원/㎾h) 인상해야 한다고 봤다. 김동철 한전 사장이 지난 9월 취임 후 요구했던 전기요금 인상폭 수준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국제 정세상 발전 연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쉽게 내려갈 것 같지 않다”면서 “당장 전기요금을 30~40원/㎾h 가량 올려야 올 겨울 에너지 위기를 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