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라지는 것들과 새로 생겨나는 것들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대형마트가 나오면서 전통시장이 타격을 입고, 대형마트는 온라인쇼핑몰로 인해 타격을 입는다. 이런 충돌의 상황이 생기면 반드시 개입하는 것이 정치다. 사라지는 것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조건 약한 것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 반드시 옳은 답은 아니다. 또한 정치인들이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위태롭고 진부하다. 오히려 사회를 후퇴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트의 영업일을 통제해 전통시장의 생계를 살펴주려 한 시도다. 하나를 막으면 다른 쪽이 잘될 거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했다.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 그런데도 정치권의 접근법은 좀처럼 진화할 줄 모른다. 솔직히 나는 그들이 말하는 ‘골목상권’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골목에 동네슈퍼와 편의점이 함께 있다면 그 두 개가 어울려 골목상권이라고 부르는 것인지, 아니면 편의점은 악(惡)이고 동네 슈퍼는 살펴야 할 골목상권인지 헛갈린다. 전화를 걸어서 부르는 대리운전은 골목상권이고 플랫폼으로 부르는 대리운전은 악인가. 이런 혼란스러움은 나만의 생각일까.
예전 국감에 출연한 백종원씨는 당시 자유한국당 정유섭의원이 “백대표님 가맹점이 손님을 다 빼앗아간다고 한다. 출점을 제한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골목상권과 먹자골목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가맹점을 잘 키워 점주가 잘 벌게 해준 것 뿐인데 무슨 잘못인지 모르겠다. 너무한 거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때도 역시 백종원씨 회사는 큰 회사니 작은 가게들의 영업을 방해하는거 아니냐는 이분법적 논리로 접근한 것이다. ‘경쟁’보다는 큰 것이 작은 것을 괴롭힌다는 식의 갈라치기식 접근이었다.
이제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평범한 일상이 되면서 전통시장과 마트의 최대 경쟁상대는 온라인쇼핑몰이다. 정치권은 이전 방식대로 온라인 쇼핑몰의 영업을 제한하는 식으로 전통시장이나 마트를 보호할 것인가.
또 한가지는 균형감이다. 앱으로 부르는 대리기사와 전화로 부르는 대리기사가 다른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회적으로는 이 둘을 가르고 나누는 분위기다. 같은 택시운전을 해도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로 나눈다. 그 두 그룹의 이야기를 균형맞춰 들어줘야한다. 이런 균형이 깨지면 억울한 한쪽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미래는 바뀌고 있다. 세계도 바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큰 것과 작은 것, 쎈것과 약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그들을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로만 바라볼 것인가. 사라질 것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지만 다가올 것에 대한 준비도 중요하다. 갈라치기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눈이 멀기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