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날도 추워지고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하는데…” 김장철을 앞두고 주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배춧값이 들썩이고, 소금과 생강·쪽파 등 주요 재료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하면서다. 이 때문에 아예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까지 나오고 있다.
| 16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절임 배추 사전예약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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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사는 60대 주부 김모씨는 올해 김장 계획을 사실상 접었다. 최근 고물가로 가계 살림이 팍팍해진 상황에서 배추를 비롯한 주요 김장 재료의 물가가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김장을 해서 가족 다 같이 나눠 먹는 재미에 그동안 김장을 담궜지만, 올해는 좀 어려울 것 같다”며 “자녀도 다 독립을 한 상황이어서 그냥 사서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박모씨는 김장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박씨는 “대형 마트에서 절임배추 사전예약을 받았는데, 뒤로 갈수록 물류비 인상 등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며 “11월 중순쯤 김장을 해왔는데 올해는 더 서둘러야 하나 마음이 급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부들의 마음을 급하게 만드는 배경에는 급등하는 물가가 있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배추(상품) 한 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6587원으로 지난해 5934원보다 11%가량 뛰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한 포기 8000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춧값보다 소금값이 변수라는 말도 나온다. 굵은 소금(5kg) 소매가격은 1만 3227원으로 지난해 1만 1202원 대비 18% 올랐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증한 반면 태풍과 장마가 지속되면서 생산량은 감소한 탓이다. 고춧가루와 대파·쪽파, 생강 등 김치의 재료도 줄줄이 오름세다. 고춧가루(1kg·국산) 소매 가격은 3만 5824원으로 지난해 3만 1655원보다 13.1% 상승했다. 대파(1kg)는 4001원으로 지난해 3238보다 23.5%, 쪽파(1kg)는 1만209원으로 지난해 7333원보다 39.2% 각각 올랐다. 생강(1kg)은 1만 7466원으로 지난해(8781원)보다 두 배 이상 급등했다.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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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포장김치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 GS샵이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TV홈쇼핑을 통해 판매된 ‘종가 포기김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배추 파동이 있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유행 전인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GS샵 TV홈쇼핑에서 판매된 ‘종가 포기김치’는 21만 5000건이었으나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같은 기간에는 11.1% 증가한 23만 9000건, 2021년에는 3.6% 증가한 24만 8000건 판매됐다. 올해 1~9월에는 약 25만 4000건이 판매됐다.
대전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김모 씨는 “배추부터 각종 속 재료까지 준비하려면 가격과 노동력,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다 보니 일찌감치 김장 계획을 접었다”며 “요즘은 배추 한 포기씩 소량만 만들어 먹거나 포장김치를 사다 먹는 경우가 많아 예전 같은 김장철 분위기는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공모 씨는 “김치를 사 먹으면 김치볶음밥이나 김치찌개 등 식탁 메뉴로 다양하게 활용하는데 한계가 생긴다”며 “사 먹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올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16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포장김치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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