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장소, 정치적 신념과 무관하게 혼자 정착하는 인간의 출현을 전문가들은 크게 네 가지 거대한 사회 변동으로 분석한다. 첫째 여성의 지위 상승, 둘째 통신혁명, 셋째 대도시의 형성, 넷째 혁명적 수명연장이다.
여성의 지위 상승은 신(新) 모계사회의 도래를 예감케 한다. 여성(woman)과 유목민(nomad)의 합성어인 우마드(womad)가 여성시대의 새로운 코드로 등장했다. 세상 중심에 우뚝 서 살아가는 우마드의 힘은 이제 홍일점(紅一點)이 아니라 청일점(靑一點)을 거론하게 만든다.
통신혁명의 발전은 인간을 ‘혼자 놀기’의 명수로 만들어 놓았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그 끝이 어디일까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인류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개인주의를 예찬하는 통신수단 발명은 혼자 살아도 고독할 틈이 없는 타인과의 무한대 접촉점을 흩뿌려 주었다.
거대도시 발달은 독신 남녀들이 살기에 기름진 토양이다. 클럽, 시민단체, 아파트형 주거 등 쾌적하게 혼자 살고 즐길 수 있는 장소와 서비스가 풍부해졌다. 이 ‘도시 부족’들은 서로가 혼자 사는 것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도와준다.
왜, 사람들은 이렇듯 혼자 사는 것을 21세기 삶의 형식으로 밀고 나가는 것일까. 인류가 2000여 년에 걸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거치고 나서 발효한 1인 가구는 나름대로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인류학적 단계의 한 매듭을 짓고 있다. 홀로 와서 홀로 가는 인간의 길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2013년 펴낸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에서 한마디로 혼자 사는 것이 21세기 인류 삶의 새로운 표준이라고 확정한다. 여성부 차관을 지낸 한국 작가 김희경씨도 최근 출간한 ‘에이징 솔로’에서 이제 정상가족보다 많은 대한민국 1인 가족 상황을 분석한다.
이제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시대 흐름을 읽는 정신이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가장 거대한 물결은 개인주의 혁명이라는 것, 그 혁명은 느리고 조용하고 부드럽지만 아주 크고 근본적인 혁명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이 혁명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견이다.
우리는 지금 눈길을 자기 자신에게 돌려 자기를 알고, 자기를 존중하며, 자기를 최고의 인간으로 만들기 위한 새 길에 나서야 한다. 인류는 ‘1인 가구’ 사회로 가고 있다
엄정한 솔로, 1인 세대, 바로 ‘개인’이 21세기 인류의 새 이름이다. 이들은 기계지능과 더불어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가장 큰 도약을 이룰 인류문명의 새 물결을 가져올 듯하다. 집단의 틀을 거부하는 이 종족 덕에 가까운 미래 세상에서 인간은 역사상 가장 다채로운 개인주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