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AI의 발달이 마냥 신기하거나 기대되는 것만은 아니다. AI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했던 창작의 영역을 넘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AI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창작 분야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우세했지만 AI의 학습량이 고도화되면서 이 같은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Dall-E(달리)나 Midjourney(미드저니) 등 이용자의 요구대로 뚝딱 그림을 그려주는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AI가 음악을 작곡하거나 시를 짓기도 한다. 실제 미국 콜로라도의 한 미술대회에서는 미드저니로 생성한 그림이 디지털 아트 부문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렇게 AI가 인간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많은 직업도 AI로 대체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 변호사와 같은 법률가도 사라질 직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AI를 통한 판례나 입법례의 리서치 능력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처리 속도가 빠르고, 조건을 제시하면 간단한 계약서 초안 정도도 만들어낼 수 있다. AI의 학습데이터가 더욱 쌓이면 변호사업무 중 일정 부분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날 것의, 정제되지 않은 사실관계에서 중요한 내용을 도출하고, 불필요한 내용을 정리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글로 잘 정리된 사실관계를 법리에 대입해 결론을 찾는 건 AI가 할 수 있겠지만 복잡한 우리의 삶과 갖가지 사건을 법리에 맞게 정리하고, 필요한 증거를 뽑아내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하며 재판에 출석하고 서면을 작성하는 일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사건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일이다. 사건의 당사자는 간과하고 지나칠 사실에서 유리한 사실관계를 집어내고, 불필요한 사실은 걷어내는 일은 단순히 법적 지식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의뢰인과의 지속적인 소통 속에서 직관이나 상상력, 판단력과 오감이 모두 작용해야 가능한 일이다.
AI가 일상생활로 들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대비책을 찾지만 결국은 순수하게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일이 우리의 ‘인간다움’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