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차 베테랑 경찰이자 정신응급입원 현장지원팀장인 권용철(52) 경위는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지난 8월의 어느 날 “나 좀 어떻게 해달라”는 한 통의 신고전화가 왔다. 다급히 경기 연천의 현장에 출동해보니 알코올중독 환자 A씨가 칼을 들고 어쩔 줄 몰라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권 경위는 A씨를 설득해 찾은 의정부 의료원에서 ‘긴급입원 필요’ 소견을 받았다. 문제는 병상이었다. 경기 북부권과 남부권, 서울 병원 모두에 전화했지만, 대답은 “병상이 없다”였다. 권 경위 팀은 결국 충남 공주로 향했다. 유일하게 병상이 남은 곳이었다. 최초 신고접수 후 11시간 만에야 A씨는 공주의 한 병원에서 긴급입원 절차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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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으로 잔여 병상이 바뀌기 때문에 권 경위팀이 겪는 고충은 더욱 커진다. 최근엔 잔여 병상을 확인하고 의정부에서 서울 은평구로 향했지만, 가는 도중 다른 환자가 먼저 들어와 병상이 다찼다는 소식을 들었다. ‘병상 찾아 삼만리’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순간이다.
지난해 기준 경찰이 응급입원을 의뢰한 총 7380건 중 입원을 거부당한 사례는 517건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병실부족이 이유다. 권 경위는 “현장에서 보면 관련 신고 접수가 늘어나는 분위기지만, 병상 개수는 그대로”라며 “병상을 찾으려면 최소 1시간을 돌아다녀야 한다, 병상 부족에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장출동·호송·긴급 입원 전담…“치안 공백 막아”
매일 ‘전쟁’을 치르면서도 그가 다시 힘을 내는 건 위험에 처한 환자를 살리고, 동료 경찰들이 치안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을 덜어준다는 사명감에서다. 그는 “우리 임무를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맡는다면 치안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며 “지역 경찰이 치안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국민이 더 나은 치안환경에서 살 수 있게 조금이라도 보탠다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긴급입원 환자 발생 시 현장 출동 및 상황 정리, 환자 호송, 입원 동의 등 전 과정을 담당해야 하는 경찰의 업무가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분담하길 바란다고 했다. 권 경위는 “파주 등 일부 지자체에선 야간에 위기개입팀의 전문요원이 방문해 환자의 정신 감정을 한다”며 “이런 제도들이 더욱 확대, 활성화되면 현장의 애로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