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돋보기]안전자산, 채권도 눈여겨볼만

  • 등록 2022-10-18 오전 6:15:00

    수정 2022-10-18 오전 6:15:00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금리 상승으로 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주식에서 예금으로, 그리고 주식에서 채권으로 머니무브가 뚜렷하다. 지난 2분기 동안 가계는 80조원가량 금융거래를 했는데, 예금으로 42조원 넣었고 채권은 3조원 순매수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주식은 줄고 예금과 채권은 순매수한 패턴이 명확히 확인된다. 경기침체 우려 속에 고금리와 고물가로 예금과 채권 금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인 연 5∼6% 시대를 다시 맞고 있으니,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한 국민 정서를 생각하면 10년 만에 찾아온 호기인 셈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금리 1% 대 초저금리에서 금리 6%, 원금이 두 배 되는데 12년 밖에 걸리지 않으니 반등기미 없는 주식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채권(국공채)과 예금은 원리금이 사실상 보장되는 안전자산이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만기 차이다. 대부분의 시중 예금은 만기가 1년이고 갱신때마다 금리가 변동한다. 채권은 예금보다 만기가 대체로 3∼5년으로 길다. 지금 금리가 최고금리라면 예금은 1년만 그 혜택을 누리는 반면, 채권은 3∼5년 동안 최고금리를 누릴 수 있다. 고금리가 오래 지속된다면 만기 차이는 중요하지 않지만 지속성이 불확실하면 만기의 차이는 운용 성과를 가르는 중요 변수가 된다.

글로벌 경제가 내년에 침체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피크아웃이 그전에 온다는 의미이고, 많은 전문가들은 그 시점을 내년 초로 본다. 물론 당장 금리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지금의 연 5∼6% 고금리 혜택을 장기간 누리려면 만기가 긴 안전자산이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 투자경험이 많은 고액자산가는 물론이고, 기관투자가들도 여유자금으로 고금리 채권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왜 우리 국민은 유독 예금만 선호하는가이다. 안전자산 하면 예금을 떠올리지 채권은 익숙하지 않다. 2분기 우리나라 가계 금융자산의 46%가 예금이고, 2%는 직접 매수한 채권이다. 안전자산을 100이라고 했을 때 안전자산의 4%만 고작 채권으로 보유하는 셈이다. 동일 시점 미국 가계를 보면 우리 국민이 채권을 얼마나 적게 보유하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은 전체 금융자산의 17%가 예금, 3.5%가 채권이다. 가계가 보유한 전체 안전자산중 17%를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4% 대 17%, 한국과 미국 국민의 채권 보유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금융지식만의 차이로는 설명이 안된다. 한국의 금융이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선진국 수준이다. 구조적 차이가 있다면 국민들이 예금만큼 채권을 친숙하게 보유하지 못하는 제도적 환경일 것이다. 미국은 1만 달러(약 1400만원)까지 세제혜택을 받으며 직접 채권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저축채권(savings bond)제도를 1930년대 도입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미국도 초기에는 대규모 정부 자금조달을 앞두고 국채를 소화할 기관투자가의 수요가 부족하자 이를 메우기 위해 저축채권을 도입했지만, 지금은 가계의 저축수단, 안전자산 투자상품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저축채권은 성공모델이 돼 싱가포르,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도 가계의 주요한 저축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공채 발행이 앞으로 크게 늘어나는 흐름에 맞춰, 우리 국민에게도 예금과 동일한 수준의 접근성으로 채권 구입을 위한 제도 기반이 마련돼 있다면 지금의 고금리 혜택이 좀 더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 역시 고액자산가 위주에서 일반고객으로 채권투자가 확산될 수 있도록 리테일 전략을 선회한다면 저축수단으로서의 채권투자는 좀 더 대중화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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