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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당하기 일쑤…임시방편으로 펀드 쪼개기
6일 IB 업계에 따르면 많은 AC들이 수탁기관을 찾지 못해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0년 8월 벤처투자촉진법 시행 이후 AC도 벤처펀드 결성이 가능해지면서, AC들의 개인투자조합 및 벤처펀드 결성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수탁을 맡아줄 금융기관을 찾지 못해서다.
벤처펀드를 결성하려면 20억원 이상의 돈을 모으고, 이를 맡아줄 금융권과 수탁 계약을 맺어야 한다. 개인투자조합은 1억원 이상부터 결성 가능하지만 20억원 이상부터는 의무적으로 수탁을 맡겨야 한다. 수탁업무는 주로 은행과 증권사가 담당한다. 그러나 연간 수탁보수율은 펀드 설정액의 0.05%에 불과해 수익성이 낮고, 행정력도 많이 소요돼 펀드 규모가 작으면 수탁 업무를 맡아도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해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불법 운용 사태로 수탁사들의 리스크에 대한 책임 부담도 커지면서, 규모가 작은 펀드들 위주로 수탁업무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진 것.
그로 인해 수탁을 맡기지 못해 펀드를 쪼개 투자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AC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를 크게 결성하고 싶어도 20억원 이상이면 수탁을 맡겨야 하므로 개투조합 1·2· 3호를 결성해 쪼개기 운영을 하는 것”이라며 “조합을 등록, 운영, 청산하는 절차들이 배로 늘어 행정 낭비가 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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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토론회 개최했지만 장기 대안은 마련해야
AC협회는 현안을 공유하고 대안을 찾고자 지난 1일 창업기획자 투자조합 수탁거부 대응방안 토론회를 개최하고 상황의 심각성을 공유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는 토론회에서 “은행의 수탁 거부로 2개 조합 결성에 차질을 빚으면서 투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 초 돈을 다 모았고 투자처도 결정했으나 결국 수탁 이슈로 투자처 측에 사과하고 다른 투자자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대형 AC까지 펀드 조성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퓨처플레이 측은 “100억원대 규모 개투조합을 결성하고자 했으나 수탁을 받아주는 은행이 없었다”며 “해외 투자를 많이 하는데, 해외 투자가 한 건이라도 있으면 받아줄 수 없다더라”고 전했다. 이어 “결국 훨씬 높은 수수료율로 증권사와 수탁 계약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저마다 은행 및 증권사 참여를 유도할 유인책이 필요하고, 수탁 중간조직 및 수탁 전문회사 설치의 경우 해당 비즈니스를 하는 민간사업자와의 충돌 우려, 큰 규모 인건비 조달 방안 마련 등 검토 사항이 적지 않아 단기 적용하기 어렵다. 중기부 역시 은행·증권사 관리감독기관이 아닌 만큼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다는 점에서 AC와 금융권 간 논의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입장이다. 당장 취할 방법은 없는 셈이다.
수수료 올리는 것도 한계…정부가 나서야
AC협회는 우선 7일 하나은행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향후 증권사, 은행과 대화해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은행권들의 수탁 거절 사유 가운데 핵심인 낮은 수수료율을 일부 높여 이슈를 해소한다는 전략으로, 업계 설문조사 통해서 어느 수준의 수수료율을 수용할 수 있는지 조율할 계획이다. AC협회 측은 “단기적으로 증권사와 은행들이 수탁 업무를 받아줄 수 있게끔 수수료율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수수료만 계속 올릴 순 없는 만큼 장기적 대안으로는 토론회에서 제안한 내용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사마다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은행권도 올리는 추세라 이미 조합 수익률에 영향을 줄 만큼 높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100억원 규모 이하 펀드는 수탁은행이 정액제로 수수료를 받게 하고, 나머지는 정부지원금을 주면 어떻겠느냐”며 “펀드 규모가 너무 작아 생기는 수탁은행 손실분을 세금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지원해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