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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제12회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와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2022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대회 최초 한국인 우승자가 탄생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가 시벨리우스 콩쿠르, 첼리스트 최하영(24)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 우승을 각각 차지했다. 양인모는 2015년 프레마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내외에 잘 알려진 연주자다. 최하영은 2011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 최연소 1위를 차지한 뒤 유럽에서 주로 활동해온 ‘숨은 실력자’다.
바이올리니스트 위재원(23)과 비올리스트 윤소희(27)는 1948년 창설된 ‘2022 워싱턴 국제 콩쿠르’에서 바이올린과 비올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비올리스트 박하양(24)은 아시아 유일의 비올라 콩쿠르인 ‘2022 도쿄 국제 비올라 콩쿠르’에서, 첼리스트 김가은(20)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37회 어빙 클라인 국제 현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연주자로는 20년 만에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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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한국인 연주자의 콩쿠르 우승 사례는 다수 있었다. 서양을 중심으로 한 클래식계에서 한국인 연주자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선 콩쿠르 우승 경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특유의 교육열과 경쟁 문화가 콩쿠르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한 클래식 관계자는 “한국의 남다른 교육열은 영재 교육 등을 통해 실력 있는 연주자를 계속 배출할 수 있는 근간이라 할 수 있다”며 “부모가 음악을 하는 자녀를 서포트하려는 의지도 외국보다 더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은 MZ세대답게 우승에 대한 강박에 크게 시달리지 않는다는 점도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양인모는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이후 “참가자들 사이에 견제는 없었고 서로를 통해 배우는 시간이 돼 콩쿠르의 매력을 다시 느끼게 됐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는 “지금의 젊은 연주자들은 우승에 매달리기보다 자신만의 규칙에 따라 연습을 하며 성장하겠다는 목표 의식이 더 강하다”며 “콩쿠르를 배움의 장으로 여기다 보니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온전히 발휘해 우승과 같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최근 서양에선 클래식 전공자가 많이 줄어들면서 그 빈자리를 동양인 연주자들이 채우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콩쿠르 우승자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필요가 있는 지적이다. 황 평론가는 “콩쿠르 우승은 연주자 경력에 있어 시작 단계로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며 “콩쿠르 우승자들이 해외 유명 공연장과 연주단체에서 꾸준히 연주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후원이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