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환경의 변화로 시중은행들은 경쟁자가 다른 은행이 아닌 바로 빅테크(대형정보기술기업)다. 특히 씬파일러(thin filer, 금융이력부족자) 영역에서 시중은행이 빅테크와 경쟁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크다.
최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에서 만난 전성호 O2O(온·오프라인 연계 마케팅) 추진단 본부장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땡겨요’에서 가능성을 엿봤다. 전 본부장은 “땡겨요 서비스와 함께 시작한 대출 상품(쏠편한 생각대로 라이더 대출, 땡겨요 사업자 대출)을 통해 기존 시중은행이 가보지 못한 영역으로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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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비스를 시작한 땡겨요는 신한은행이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시작한 음식주문중개 플랫폼이다. 신한은행 모바일앱 ‘쏠(SOL)’이나 안드로이드 기반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애플 앱스토어에서 ‘땡겨요 앱’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서비스 초기에는 서울시 광진·관악·마포·강남·서초·송파구 등 6개구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난달부터 서비스 지역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됐다.
전 본부장은 “출범 석 달만에 서울 전역에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할만큼 가맹점 유입속도가 빠르다”며 “100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해볼 만 하다’, ‘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땡겨요가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이츠’ 등 쟁쟁한 기존 음식배달 플랫폼 사이에서 자리매김을 하게 된 것은 수수료 경쟁력이다.
전 본부장은 “땡겨요는 신한은행이 플랫폼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며 “플랫폼에 참여하는 영세한 사업자들이 판매확대를 통해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프로토콜 경제’ 구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더대출 1000명 돌파…땡겨요의 ‘가능성’
땡겨요 서비스를 통한 신한은행의 진짜 실험은 배달플랫폼 운영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전 본부장은 여기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배달대행 플랫폼 ‘생각대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라이더 대출’상품을 선보였다”며 “라이더의 수입을 은행권이 급여로 인정하지 않다보니 소득증빙이 안돼 시중은행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달원이 매일 소득을 거둔다는 상황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며 “매일 들어오는 수입금으로 매일 일정금액 상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로 탄생한 게 것이 라이더 대출이다. 대출자가 1000명을 넘었다”고 덧붙였다.
전 본부장은 “생각대로가 라이더 통장에 급여를 지급하면 그 순간 그날 갚아야 하는 금액이 자동으로 상환되는 구조”라며 “은행 입장에서 수익창출보다는 금융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을 계속 하고 있다면 안정적으로 대출을 상환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비교적 낮은 금리를 책정했다”며 “은행권과 같은 기존 금융기관도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이같은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도전은 ‘땡겨요 사업자 대출’ 활성화다. 기존 자영업자 대출은 멀게는 1년여 시차가 있는 국세청 매출 데이터와 자영업자 개인신용을 활용해 한도와 금리가 산정된다. 그런데 땡겨요를 통해 매일 발생하는 매출과 단골고객 데이터 등을 모두 결합해 대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현재는 데이터가 많이 쌓이지 않아 대출이 활발하지 않지만 앞으로 이 부분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전 본부장은 “현재 사장님 대출은 출범 100일밖에 되지 않아 축적된 데이터가 많지 않아서다”라면 “데이터 축적과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 작업을 통해 한도 확대 및 금리인하방향으로 상품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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