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겨눈 금감원‥LH 투기대출 의혹 풀까

  • 등록 2021-03-13 오전 7:58:19

    수정 2021-03-13 오전 8:39:18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금융당국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구입자금 대출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부)에 인력을 파견해 LH 직원의 대출이 적법했는지 살필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지시에 따른 후속조처다. 홍 부총리는 전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번 LH 투기 사건은 은행권의 특정 지점에서 대규모 대출이 집단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졌기에 가능했다”며 “금감원 등 감독기관은 프로세스를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당부했다.

홍 부총리가 지목한 곳은 북시흥농협이다.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3기 신도시 땅을 산 LH 직원 13명 가운데 10여명이 북시흥농협에서 한꺼번에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농지담보 대출을 꺼리는 편이다. 담보가치 산정이 어렵고 변동성도 크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지역 단위농협은 은행권보다 금리는 높지만, 규제를 덜 받아 대출받기가 수월하다. 금융권에서는 LH직원들이 이런 틈을 노리고 북시흥농협에서 대출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재 농협중앙회가 북시흥농협의 대출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1차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자체점검 결과 대출 과정에서는 특별한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중앙회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강도 조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다음 주쯤 검사반을 꾸려 북시흥농협으로 현장조사를 나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금감원 입장에서는 검사에 착수했다가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면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아울러 친지나 지인의 명의를 빌려 토지에 투자하고 대출을 받은 경우 등 금감원의 조사망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사방식 등을 놓고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과 토지대출처럼 사각지대의 규제강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권이 아닌 제2금융권과 주택이 아닌 토지는 관심이 적었다”면서 “은행과 비은행, 주택과 토지 관계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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