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훈의 생활주식] 패션계의 넷플릭스 ‘파페치’

영국 명품 패션 플랫폼 파페치, 올 주가 상승률 500%
코로나19 기간 신규고객 90만명 증가, 앱 다운 2배 늘어
리치몬트, 케링 등 명품 브랜드와 협업으로 성장동력 확보
중국 플랫폼 기업과 협업 통해 아마존에 맞서
  • 등록 2020-12-26 오전 8:00:00

    수정 2021-01-02 오후 3:31:42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파페치(Farfetch)라는 회사를 눈여겨봐.”

지난 여름 만난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지인은 최근 해외주식 동향을 물어보는 질문에 이같이 파페치를 소개했다. 패션 관련 기업은 사양 산업이라서 인식이 있어서 당시엔 그냥 흘려듣고 넘어갔다. 다시 연말에 파페치가 생각이 나서 검색해보니, 20달러였던 주가는 이미 60달러를 돌파한 후였다. 예상과 전혀 다른 주가 흐름에 호기심이 생겨서 기업을 찬찬히 살펴봤다.

파페치는 지난 23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63.75달러로 마감했다. 올 초 11달러로 시작했던 주가는 1년간 50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최고의 주식으로 손꼽히는 테슬라의 주가 상승률(약 700%)이 부럽지 않은 수치다.

(사진=파페치)
패션 플랫폼 기업의 주가가 왜 이렇게 상승했을까. ‘명품+온라인’의 조합과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파페치는 영국의 패션 명품 플랫폼이다. 국내에서 유사한 기업을 찾자면 무신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차이점은 파페치는 명품 브랜드가 많이 입점돼 있는 플랫폼 기업이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판매를 한다는 점이다. 이에 올해 오프라인 셧다운 상황에서 ‘비대면 수혜 기업’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주가가 성장했다. 실제 코로나19가 유행한 올해 파페치는 3분기 기준 90만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앱 다운로드가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또 최근 분기에 매출액은 4억 3800만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특이점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이커머스 공룡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서 파페치와 손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명품 브랜드는 아마존에 주도권을 뺏기는 순간 명품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파페치라는 온라인 유니콘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까르띠에, 끌로에, IWC 등을 소유하고 있는 리치몬트 그룹이다. 리치몬트 그룹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와 함께 총 11억달러를 투자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글로벌 럭셔리 산업의 디지털화를 위해 투자한 것이다. 6억달러는 파페치에 투자하고, 5억달러는 세계 최대 명품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파페치 차이나’ 합작사를 설립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구찌와 생로랑, 알렉산더 맥퀸을 보유한 케링 그룹도 지분을 5000만달러까지 늘렸다. 명품 시장에서 리치몬트 그룹과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파페치 앱 다운로드 현황(사진=파페치)
특히 중국 명품시장 공략을 위해 명품 기업은 파페치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실제 파페치는 중국의 주요 기업으로부터 다수의 투자를 받았다.

파페치는 알리바바 외에 텐센트로부터 올 초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내 2위 이커머스 기업인 징둥닷컴과는 2017년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징둥은 2017년 6월에 약 4500억원 규모를 투자하며, 파페치의 주요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파페치는 프랑스 명품기업 생로랑, 징둥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판매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온라인을 통한 명품 구매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파페치의 기업가치는 지금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른다.

“파페치는 럭셔리 브랜드와 리테일 산업이 미래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디지털 파트너다. 럭셔리 패션 플랫폼으로 우리의 입지는 팬데믹 이후에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파페치의 창립자 조세 네브스의 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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