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조사 히든카드 '조치명령권' 세부안 나왔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12년 만에 수면 위로
제2의 옵티머스운용 적발 시 적시 대응 포석
  • 등록 2020-07-08 오전 12:40:00

    수정 2020-07-08 오전 12:40:00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전수조사 계획을 확정한 데 이어 히든카드인 조치명령권을 적시에 꺼내 쓸 수 있도록 제도 정비에 나섰다.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필요한 경우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례와 같이 영업정지 등 강경 대응을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부실 펀드를 굴리는 운용사에 심리적 압박을 주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조치명령권 세부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의 ‘금융투자업규정’ 변경을 예고했다. (본지 6월 29일 [단독]“사모펀드 전수조사에 10년?” 금융당국, 조치명령권 검토 제하 보도)

조치명령권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에 부여된 권한이다. 자본시장법 전신인 증권거래법 시절에도 유사한 권한이 부여돼 있었으나 자본시장법으로 통합될 때 현재와 같은 이름과 조항으로 정리됐다. 자본시장법 제416조를 보면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거래 질서 유지를 위해 금융투자업자에게 투자자 재산의 보관·관리, 영업방법 등에 관해 명령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369조에 따르면 금융위는 조치를 명하는 데 필요한 세부 기준을 고시해야 한다. 문제는 아직 이를 마련하진 못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옵티머스운용에 조치명령을 의결하는 과정에도 이에 대해 지적한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금융위는 이전에도 세부 기준 고시를 위해 작업에 착수한 바 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가깝게는 지난 2017년 1월에도 조치명령권 활용도 제고를 ‘자본시장 개혁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면서 세부 기준 고시를 추진했으나 권한 남용이란 반대 논리에 부닥치면서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향후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불가피한 점도 금융위 발목을 잡았다.

어렵사리 신설될 규정에는 ‘△다른 수단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경우에 한해 △필요한 최소한 사항으로 △명확하고 이행하기 쉬우며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조치를 △1년 이내 범위에서 최소한의 기간으로 명령의 유효기간을 설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만약 투자자 피해 또는 거래질서 혼란이 지속되는 등 (조치)명령의 유효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면 금융위 의결로써 1년 이내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감독기구 설립 이래로 조치명령권과 유사한 결정이 내려진 것은 옵티머스운용을 제외하면 단 한 차례뿐이다.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국내에 있던 리먼브러더스 인터내셔날증권 서울지점에 대한 영업 일부정지 조치를 위해 증권거래법 제28조의2, 제52조 및 증권업 감독규정 제2-40조를 적용했다. 당시 법을 보면 금융위는 ‘공익 또는 투자자의 보호를 위해 허가취소·영업정지 기타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임직원 대부분이 퇴사하거나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펀드 관리·운용 등에 현저한 공백이 우려된다며 옵티머스운용에 내려진 영업정지 및 임원 집무집행 정지·관리인 선임 조치명령을 사실상 첫 사례로 봐도 무방하다.

이 밖에 지난 2015년 8월 증권사들에 홍콩H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자제를 당부하면서 조치명령권을 발동할 뻔했으나 결국 업계 자율규제를 선회한 적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현재진행형인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대처에도 조치명령권 행사가 검토됐었으나 흐지부지됐다고 한다.

금융위는 오는 8월15일까지 조치명령권 세부 기준이 포함된 규정개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받기로 했다.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8월 말 시행할 예정이다.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사모펀드 1만304개에 대해 판매사 주도로 운용사, 수탁사, 사무관리회사 등 4자의 자료를 상호 검증하는 자체 점검한다. 또 금감원 내 전담 검사조직을 한시적으로 만들어 사모운용사 233개를 3년간 전수 검사하기로 했다. 자체 점검과 현장 검에서 위법 행위 등이 발견된다면 조치명령권을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일정으로 보인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사모펀드 전수조사 때 조치명령권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활용 형태 역시 영업정지, 직무집행 정지·관리인 선임, 발행 제한뿐만 아니라 자산 동결 등 투자자 보호에 관한 사항을 총망라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모펀드를 점검·검사하는 과정에서 옵티머스운용처럼 돌발상황이 생기면 조치명령권을 하나의 방안으로 활용해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적기시정조치에 들어가기 모호한 상황에서 동원할 예비적인 수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만약 조치명령을 위반하면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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