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극장에 울었지만 OTT에 웃었다'…영화펀드 수익 '쏠쏠'

영화 투자펀드 6개월간 수익률 최고 20.5%
코로나 우려 딛고 수익률 이례적 고공행진
개봉작 없어도 OTT 수요 급증에 수익 톡톡
기생충 오스카 수상에 글로벌 수요도 급증
기대작 개봉 초읽기…“8월부터 수요 반등”
  • 등록 2020-06-18 오전 12:10:00

    수정 2020-06-18 오전 1:56:02

봉준호 감독(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극장가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도 영화 투자 펀드 수익률은 고공 행진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시청하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수요 급증에 기존 투자 영화에 대한 부가 판권 매출이 수익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아카데미(오스카) 4관왕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효과로 국내 영화를 찾는 글로벌 OTT 수요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여파에 발길이 뚝 끊겼던 극장 인파가 최근 증가세로 돌아선데다 개봉을 연기했던 흥행 기대작들이 관객과 만날 시기를 조율하면서 오는 8월을 기점으로 극장가도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것으로 투자 업계는 보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관객 금감에 움츠린 영화 펀드, OTT로 기사회생

17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플러스자산운용의 ‘플러스 시네마 사모증권투자신탁6호(주식혼합)’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6.4%를 기록했다. 범위를 3개월로 넓히면 19.00%, 6개월로는 무려 20.49%의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유진자산운용의 ‘유진CJ Film사모특별자산(대출채권)’ 한 달 수익률은 0.63%에 그쳤지만 △3개월 2.4% △6개월 8.6%로 쏠쏠한 수익률을 거뒀다.

영화 제작비는 배급사가 제작비의 30~40%를 투자하고 나머지 부분을 VC나 자산운용사 펀딩을 통해 모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CJ ENM(035760)이나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086980), NEW(160550) 등이 배급하는 영화에 일정 자금(3억~5억원)을 자동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코로나19 여파에 개봉작이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영화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영화 투자 펀드가 이례적인 수익률 고공행진을 벌인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극장가를 찾던 수요가 가정에서 기존 개봉작을 유료 시청하면서 수익률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흥행 성패에 따른 수익률 부침이 제자리를 지킨 사이 기존 개봉작의 OTT와 IPTV 시청 수익만 고스란히 더해진 셈이다.

여기에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르면서 이른바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부쩍 늘어난 점도 영향으로 꼽힌다. 글로벌 OTT 플랫폼을 이용해 국내 영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요가 몰라보게 급증했다는 것이다.

1150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의 속편 격인 영화 ‘반도’가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NEW)
기생충 효과 톡톡…“8월부터 극장 수요 반등할 것”

한 VC업계 관계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직후 기존 연출작은 물론 국내 유명 감독의 연출작을 OTT로 시청하는 글로벌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봉 지연에 따른 수익률 부담을 가정 내 콘텐츠 소비로 극복한 상황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장욱진 컴퍼니케이 이사도 “코로나19로 극장관객 매출은 크게 감소했지만 OTT 등을 통한 부가판권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고 설명했다. 장 이사는 “과거에는 영화가 개봉하면 극장 매출이 80~90%, 판권 매출은 10~20% 수준이었지만 최근 들어 OTT 등 부가판권 매출이 40%까지 늘었다”며 “향후 OTT를 통한 온라인 영화시장 수입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극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주말 영화관객(금토일 기준)은 5월 둘째 주 17만9142명에서 이달 둘째 주 50만6858명으로 한 달 새 183%나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한 상황에서도 수개월간 억눌려 있던 문화 생활 욕구가 극장 방문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여름 대목을 앞둔 상황에서 흥행 기대작들이 개봉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유아인과 박신혜가 주연을 맡은 좀비 스릴러인 ‘살아있다’가 이달 개봉을 앞두고 있고 1150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의 속편 격인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와 이정재, 황정민이 의기투합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 ‘강철비’ 후속인 ‘강철비2:정상회담’(감독 양우석)이 속속 개봉시기를 조율하면서 얼어붙었던 극장가가 정상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하반기 전망을 점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흥행 기대작이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 8월을 기점으로 여름 극장가도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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