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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야당 대표가 던진 ‘빵 한 조각’에 정치권이 백가쟁명이다. 재원조달 방안이 불분명해 포퓰리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여야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21대 총선을 거치면서 확인된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득표 효과에 고무돼 차기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선심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진보담론’으로만 여겨졌던 기본소득제를 보수정당이 주도하자 여권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보수가 기본소득 이슈를 선점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재원마련과 복지시스템 대개편 등 구체적인 논의에 접어들면 기본소득제를 둘러싼 여야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젠다 빼앗긴 與…‘조급’
이재명 경기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에서도 노인기초연금을 구상했지만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있었고, 비난 때문에 망설이는 사이 박근혜 후보에게 선수를 뺏겼다”며 “기본소득을 놓고 기초연금과 똑같은 일이 재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대선에서 1호 공약으로 기본소득제를 내놓았다.
아젠다를 빼앗긴 민주당의 조급함은 곳곳에서 보인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의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읽고 반가웠다”며 “무엇보다 실질적 자유, 물질적 자유를 명분으로 내세운 부분은 정말 감탄했다”고 극찬했다. 이원욱 의원은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여야정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자”고 밝혔고, 소병훈 의원은 아예 기본소득 관련 법안 발의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박원순 서울시장·김부겸 전 의원은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청와대는 일단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조건 없이 매월 생활비를 주는 것인데, 많은 토론이 있어야 한다”며 일축한 상태지만 공론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기본소득제가 단순 시혜성 지원을 넘어 복지체계의 대전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대응, 국토보유세·데이터세·로봇세와 같은 세수 개편 등 미래 사회 변화를 총체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월 30만원, 연 187조원…60만원 시 374조원
이 때문에 복지체계의 대전환이 함께 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통합당 내 기본소득 주창론자인 이양수 의원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결국 국민연금·아동수당·기초노령연금·저출산지원금 등을 통합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며 “다만 기존 복지체계 수혜를 받는 이들의 지원이 줄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 역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며 “복지 전달경로의 누수가 생기는 것을 줄이는 것이 골자 중 하나다”고 전했다.
이후 나올 아젠다는 증세가 유력하다. 월 60만씩 기본소득을 나눠준다면 필요한 예산은 연간 약 374조원이다. 이는 지난해 통과된 올해 국가 예산 512조원의 73%나 되는 액수다. 이 때문에 국토보유세·로봇세·데이터세·탄소세 등의 도입이 유력시된다. 이중 정부는 지난해 말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의 일환으로 로봇세·기계세·데이터세 등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본소득제를 위한 재원마련으로 충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실업자를 대상으로 기본소득제를 실험했던 핀란드는 오히려 수입이 줄어 실패로 끝났다. 인구가 적고(75만명) 자원이 풍부한 알래스카도 1년에 한 번(2700여 달러) 지급하는 수준”이라며 “기본소득제가 실시될 경우, 기존의 다른 복지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