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 왕세자의 승계에 미리부터 관심이 쏠리는 것은 한·일 관계의 뿌리 깊은 갈등 때문이다. 새 일왕의 즉위를 계기로 양국 관계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일왕이 현실 정치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제한돼 있긴 하지만 개인적인 소신과 처신에 따라 대외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레이와’의 의미에 대해 “서로 마음을 맞댐으로써 아름다운 문화가 태어나고 자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듯이 국경을 맞댄 양국관계에서도 새로운 관계설정의 계기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요즘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파기 상태에 이른 위안부 합의 마찰에서부터 독도영유권, 초계기 근접비행 등에 이르기까지 악재가 쌓여가는 중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에 있어서는 일본기업 재산에 대한 강제압류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등을 돌리고 지낼 수만은 없다. 나루히토 왕세자의 일왕 즉위를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돼야 한다. 과거의 쓰라린 상처를 잊지 않으면서도 마래를 새롭게 다져나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