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52시간 낮이밤져]①"칼퇴에 '투잡'·취미생활하기 좋아졌어요"

이마트 구로점 문화센터 가보니…옷 만들기 배우는 직장여성들
강사 최아진 씨, "퇴근 앞당겨져 수강생 늘어"
백화점·대형마트 문화센터, 20~30대 직장여성 대폭 증가
직장인 잡기 위해 관련 강좌 최대 50% 이상 늘리기도
  • 등록 2018-08-01 오전 6:00:00

    수정 2018-08-01 오전 6:00:00

30일 찾은 이마트 구로점 문화센터에서 수강생들이 옷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사진=송주오 기자)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30일 오후 7시 서울 구로동의 한 문화센터. 여성 수강생 4명이 쉼 없이 재봉틀을 돌리고 옷감을 이리저리 재단한다. 강사로 보이는 여성은 수강생 사이를 돌아다니며 각 단계에서 신경써야할 부분을 일일이 확인하고 알려준다.

이날 강좌는 이마트 구로점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옷 만들기&홈패션 DIY’. 수강생들은 짧게는 두 달에서 길게는 1년 동안 같은 수업을 등록해 배우고 있었다.

이날 강좌에 참여한 30대 이 모 씨는 올여름 학기부터 이마트 구로점 문화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 관련 수업을 듣다가 집 근처인 이곳으로 옮겨오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수업을 듣는 40대 김 모 씨는 “직장이 이 근처에 있고 평소 관심 있는 분야여서 등록하게 됐다”고 했다. 수강생 대부분은 이마트 구로점 근처에 있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이들은 퇴근 후 평소 관심 있었던 취미생활을 익히며 여가 활동을 즐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강사인 최아진(34) 씨는 올 들어 수강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여름학기 수강생이 봄 학기나 지난해와 비교해 확실히 증가했다”면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퇴근 시간이 앞당겨진 영향이 큰 것 같다”고 했다.

최 씨 역시 주 52시간 근무제의 수혜자다. 그는 다른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으로 문화센터 강사를 시작했고, 5년째 ‘투잡(Two job)’ 생활을 하고 있다. 최 씨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원래 다니던 직장에서 정시 퇴근을 독려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수업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300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한 달.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이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12시간 단축되며 정시 퇴근 문화가 사회 전 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의 최대 수혜 업종 중 하나다. 퇴근 후 시간이 여유로워진 직장인들이 취미활동을 즐기고자 문화센터로 향하고 있어서다.

현대백화점은 올 여름학기 문화센터 강좌 신청 고객 중 20·30대 직장인의 비중이 25.7%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여름학기 수강생 중 전체 직장인 비중(13.1%)보다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여성 고객이 많아졌다. 20·30대 직장인 중 여성 고객이 70% 이상이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도 올해 상반기 수강생 중 20·30대 고객이 전년대비 30%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직장인을 위한 강좌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 가을학기의 저녁 강좌를 30% 늘렸으며 롯데백화점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강좌를 상반기 대비 50% 더 개설했다. 현대백화점도 오후 6시 이후 강좌를 30% 확대하며 직장인 잡기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정시 퇴근 문화 확산과 워라밸 기조 강화로 취미활동을 즐기려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문화센터를 비롯한 관련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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