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이전 제조 식품의 ‘조상’부터 2000년대 이후 히트 상품까지 대한민국 대표 제조 식품의 탄생과 성장기를 담은 ‘역사서’가 19일 출간된다. ‘대한민국 식품지존’(이데일리·시그니처 펴냄)이
기획 시리즈를 이끈 최은영 소비자생활부장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장수(長壽) 식품’, 그 탄생과 성장기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흥미로웠다”며 “‘뉴스는 역사의 초고(草稿)’라는 말이 있듯 메가 트렌드를 넘어 문화가 된 장수 식품들의 비밀을 제대로 된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신라면·동원참치 등 한국인 인생식품 23 ‘탄생과 성장사’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됐다.
정관장 홍삼정, 참이슬, 서울우유 등 1930년대 이전에 탄생한 제조 식품의 ‘조상’과 같은 제품을 시작으로 칠성사이다, 미원, 삼양라면, 남양분유, 오뚜기 카레 등 1950~60년대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꽃을 피운 ‘해방둥이’ 상품을 이어서 다룬다. 본격적인 제조 식품의 상품화가 시작한 시기라 할 수 있다.
1970년대는 상품화에 성공한 제품들이 각자의 개성을 입은 때다. 사람으로 치면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엑스(X) 세대’의 태동기다. 야쿠르트, 삼립호빵, 죠리퐁, 바나나맛 우유, 초코파이情, 가나초콜릿, 맥심 모카골드 등이 이 시기에 출시됐다.
2000년대 이후 히트 제품은 귀하다. 처음처럼과 상하목장 우유 정도다. 히트 상품 수 자체가 적은 데다, 메가 히트 브랜드가 나오기 어려웠던 환경적인 영향이 크다. 점차 짧아지고 있는 소비 트렌드 역시 원인 중 하나다.
책에 소개된 제품들은 대중의 보편적인 취향을 특별함으로 바꿔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변화무쌍한 트렌드 속에서도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이다.
4분의 1 티스푼만 넣으면 마법처럼 ‘어머니의 맛’을 살려내는 하얀 가루(미원), ‘지구촌 울리는 매운 맛’ 농심 신라면, 정(情) 하면 떠오르는 오리온 초코파이…. 이들을 포함해 23개 제품 모두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내며 한국인들의 ‘인생 식품’으로 자리매김한 대한민국 식품사(史) 상징으로 꼽힌다.
다른 분야와 달리 국내 식품업계의 가장 큰 특징은 글로벌 제품보다 우리 것, 신상품 보다 옛것을 더 쳐준다는 데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번 되풀이해 먹다보니 ‘인’이 박혔기 때문”이라며 “나이가 들어서도 어머니의 손맛을 잊지 못하고 찾게 되는 이치와 같다”고 설명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제품들은 메가 트렌드를 넘어 이 땅에 문화로 굳건히 뿌리내렸다. 장수 제품들 역시 정글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은 적자생존의 개체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면서 수십 년, 길게는 100년 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패션과 뷰티, 유통 등은 이제 ‘라이프 스타일(생활 양식)’로 자리 잡으려는 노력을 하는 중인데 식품은 일찌감치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질적 차원이 다른 진화가 산업 전반에 확산 중인 요즘 식품 산업 역시 안주할 수 없는 상황. 경기 침체의 장기화, 저 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소비 인구 감소, 다른 영역과의 융·복합은 식품 산업에 또 다른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산업을 키워가는 업계 종사자들과 우리 먹을거리에 관심 많은 일반인, 그리고 미래 식품업계를 이끌고 갈 꿈나무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한국식품사에 소중한 기록으로 남게 될 ‘대한민국 식품지존’이 급변하는 시대 흐름 속에 식품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