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이전 회계처리도 잘못인가’ 판단이 중요
삼바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이날 열리는 제3차 증선위에선 삼바와 감사인인 삼정 및 안진회계법인, 금감원간 대질심문이 이뤄진다. 증선위는 이날 쟁점별 사실 관계 파악과 증거 확인을 일단락짓겠단 방침이다.
그러나 증선위 논의 과정에서 변수가 생겼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삼바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판단과 관련 금감원의 조치안에선 2015년 회계변경만 지적하고 있으나 이전 회계 처리 적정성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단 의견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미국 합작회사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공시 문제에 대한 조치 수준도 2015년 이전 회계처리에 대한 증선위 판단이 정해져야 결정할 수 있단 의견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015년 이전의 회계처리 적정성에 대한 판단은 금감원의 조치안에 대한 양형을 따지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단 의견이 제시됐을 뿐, 구체적으로 안건화할 것인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가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비밀엄수 조항에도 불구하고 증선위 논의 사항을 스스로 밝힌 것은 ‘2015년 이전 회계처리 적정성’이 삼바 분식회계 혐의를 판단하는데 핵심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2015년 이전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더라도 증선위가 이를 즉각 제재할 수 없단 점이다. 금융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증선위가 금감원 조치안을 넘어서 제재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금감원이 2015년 이전의 회계처리에도 문제가 있다고 조치안을 다시 제출해야만 증선위에서 제재할 수 있단 얘기다.
삼바는 에피스 설립 시기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낮아(콜옵션 가치가 행사비용보다 낮음) 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로 분류해오다 2015년에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콜옵션 가치가 행사비용보다 높음)며 관계사로 회계처리를 했다. 그 결과 삼바는 2015년에 일회성 순이익과 함께 조 단위의 자본을 갖춘 회사가 됐다.
그러나 증선위에서 2015년 이전에도 에피스를 관계사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할 경우 2012~2014회계연도의 회계처리도 위반이 된다. 삼바 분식회계 문제를 처음 제기한 참여연대는 삼바가 2012년부터 에피스를 관계사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콜옵션 파생상품 부채와 관계사(에피스)의 지분법 이익 반영으로 2015년말 삼바는 자본잠식에 빠졌을 것이란 주장이다. 2016년 코스피 상장이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으로 번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2015년 이전의 회계처리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엔 삼바의 회계처리 위반 고의성을 입증하긴 더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은 회계처리 위반의 고의성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2015년의 회계처리를 문제로 삼았으나 2015년 이전의 회계처리가 문제라면 고의성에선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삼바 회계처리 위반의 고의성은 2015년 상반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위해 그 후속조치로 삼바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져야 했단 점을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감리결과조치양정기준’을 근거로 “위법행위를 정정하면 상장진입요건에 미달하거나 상장퇴출요건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고의가 있는 것으로 본다”며 “2015년 회계처리 정정 또는 그 이전의 회계처리 문제를 보더라도 삼바의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는 절대로 면죄부를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