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혜경궁 김씨’ 수사도 어기적대는 현실

  • 등록 2018-06-01 오전 6:00:00

    수정 2018-06-01 오전 6:00:00

오는 1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 운동이 공식 시작되면서 ‘혜경궁 김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트위터에서 이 이름을 사용하는 당사자가 경기지사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부인인지 여부를 놓고 후보자 간에 설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혜경궁 김씨’가 문재인 경선후보 비난에 이어 이번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에서도 전해철 후보를 비난한 것이 발단이다. 이 후보가 이미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된 상황이지만 아직 당내에서도 지지자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문제다.

며칠 전 경기지사 후보 방송 토론회에서도 이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가 ‘혜경궁 김씨’ 의혹을 거론했고 이 후보가 자신과는 관련 없는 문제라고 답변하는 식이었다. 후보자 토론이 정책 대결을 벗어나 지엽적인 문제에 쏠리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더라도 일단 진상은 규명하고 넘어가야 한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연관성을 부인하는 이 후보의 주장이 맞다면 그의 명예를 위해서도 선결돼야 하는 사항이다.

문제는 이 사건이 미국에 본사를 둔 트위터 계정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진상을 파악하려면 미국 정부에 사법공조를 요청해야 하지만 법무부는 미온적인 입장이다. 사건을 맡은 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사법공조 요청을 제기했으나 오히려 법무부가 중간에서 차단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해당 사안이 미국 법체계상 범죄가 성립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협조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이겠지만 시도도 하지 않고 스스로 포기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우리 정부가 이처럼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이는데야 트위터 본사가 자기네 정보를 순순히 내줄 리 없다.

이 문제가 지방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만이 아니다. 트위터에 올려진 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트위터만의 얘기도 아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포함해 외국에 본사를 둔 인터넷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모두 비슷한 사정이다. 이 기회에 확실한 대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번 ‘혜경궁 김씨’ 사건에 있어서도 유권자들은 진상을 파악해야 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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