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매물 전쟁] 집값 치솟고 매도자 줄자 '미끼매물' 기승

시장가격 왜곡하는 허위매물 기승
집값상승으로 팔려는 사람 줄자 수요자 유인 위해 나간 매물 올려
12월 신고수 전년대비 1419건↑
  • 등록 2018-01-19 오전 6:00:00

    수정 2018-01-19 오전 11:29:06

△연초부터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강남구 압구정동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서울 목동아파트를 사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인터넷으로 매물을 검색하던 직장인 이모(44)씨는 하루에도 몇 차례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화를 했지만 아직 적당한 매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가격 등이 괜찮다 싶어 전화하면 ‘이미 계약이 됐다’, ‘집주인이 매도를 보류하기로 했다’ 등의 답이 돌아왔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많이 뛰고 있다며 더 비싼 가격의 매물을 권했다. 바로 전날 ‘얼마에 계약이 됐다더라’하면서 조바심 나게 하기도 했다. 이씨는 포털 사이트에서 허위매물 신고도 해봤지만 중개업소 확인 결과 정상매물로 파악됐다는 허무한 답만 돌아왔고, 한 달에 신고할 수 있는 건수도 제한돼 있어 대응을 포기했다.

네이버 부동산 등 부동산매물 정보 사이트에 ‘허위매물’(존재하지 않는 매물 또는 존재하더라도 판매하지 않는 매물)이 넘쳐나면서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 등지에서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는 데도 이를 제때 반영하지 않거나 이미 거래가 성사된 물건을 매물 코너에 버젓이 올려놓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허위매물은 주택 수요자들의 아파트 시세 판단을 흐리게 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시장 가격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8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 등록된 매물 중 소비자가 허위매물이라고 신고한 건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3299건으로 전년동월에 비해 1419건 늘었다. 이 중 실제 허위매물로 확인된 것은 27건으로 1년 전 16건에 비해 69% 증가했다. 매물 신고 건수는 네이버·부동산114·부동산뱅크 등 총 21개의 부동산 정보 제공 사이트에서 사용자들이 허위매물이라고 신고한 것으로 신고제도를 모르거나 그냥 넘어가는 사용자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허위매물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 들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양천·성동·광진구 등 집값 급등 지역으로 중심으로 허위매물과 방치매물(거래가 성사됐는데도 옛 가격 그대로 올려진 매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수요자 유인책으로 부동산 중개사들이 거짓 매물을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 버젓이 올려놓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김모씨는 “집을 내놨다가 가격이 오르기에 팔지 않겠다고 중개업소에 연락했는데도 네이버에 계속 매물로 올라왔다”며 “그렇게 해서라도 손님을 끌겠다는 것 같은데 실제 호가와 다르면 시세 조정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부동산은 고액의 자산인데 온라인으로 매물을 올리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왜곡되면 피해는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낚시성 매물을 골라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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