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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담보대출의 일종인 육류담보대출은 유통업자가 냉동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기면 창고업자가 담보확인증을 발급하고, 금융사가 이를 바탕으로 유통업자에게 대출해주는 구조다. 하지만 부동산 같은 등기제도가 없어 중복담보대출의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동부지검 형사 6부(부장 박진원)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수입육 유통업체 대표 정모(52)씨와 대출중개업자 심모(49)씨, 창고업자 전모(62)씨 등 1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금품을 받고 대출 관련 편의를 봐준 금융기관 직원 이모(46)씨 등 3명을 특경가법상 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밖에도 검찰은 사기 대출 주요 가담자 29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의 사기 행각으로 동양생명보험 등 금융기관들이 입은 피해가 약 5770억원(2016년 말 기준 미상환액)에 이른다고 밝혔다.
조직적 역할 분담…가격 부풀리기·중복담보
이 과정에서 심씨 등 대출중개업자는 더 많은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수입육 가격을 부풀리는 등 허위 ‘담보물 심사평가서’를 작성한 뒤 금융기관에 제출했다. 전씨 등 창고업자는 보관 중인 수입육을 고가 품목으로 변경하거나 하나의 수입육에 대해 여러 금융기관에 ‘이체확인서’(금융기관에 수입육을 양도 담보로 제공한다는 의미)를 발급했다.
정씨 등 유통업자들은 이런 허위 담보물 심사평가서와 이체확인서를 이용해 금융기관을 속여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수입산 소고기 시세에 전문 지식이 없는 금융기관이 대출중개업자들의 의견에 의존한다는 점, 현행 제도로는 담보물인 수입육이 이미 다른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된 것인지 여부를 금융기관들이 확인할 방법이 없는 점을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씨 등 금융기관 직원들은 유통업자·중개업자들에게 적게는 3000만원에서 최대 1억 3000만원을 받고 한도 증액 및 담보물 실사 간이화 등 대출 편의를 봐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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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육 유통업자들은 가격 하락 및 환율 급등 등으로 2010년쯤 기존 대출금 상환이 어렵게 되자 신규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는 ‘대출 돌려막기’ 수법으로 범행을 하기로 계획했다. 검찰이 자금을 추적한 결과 지난해까지 신규대출 받은 약 1조 9000억원 중 80%가량인 약 1조 4880억원을 기존 대출금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육류담보대출 시장 점유율과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출을 확대해 피해 규모가 커졌다”며 “육류담보대출은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담보물 가액에 대한 정확한 감정과 담보 관계에 대한 공시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대출중개업자 외 제3의 주체가 담보물을 감정하게 하는 방안 △금융기관의 대출중개업자에 대한 업무위탁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 △금융기관의 육류담보물 심사 표준매뉴얼 마련 △‘금융기관 통합 육류담보대출 현황 전산시스템’ 구축 등 제도개선 방안을 관계기관에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