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황금알 낳을 알짜 자회사' 키우기 올인

JW중외·대웅 바이오벤처 인수
기술 격차 줄이고 신약 개발 속도
유한화학·에스티팜 약 재료 집중
글로벌사 길리어드에 원료 공급
녹십자엠에스·한미사이언스
인접분야 진출해 시너지 강화
  • 등록 2017-07-13 오전 5:00:00

    수정 2017-07-13 오전 10:02:29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형만한 아우 없다고 하지만 형만큼 되기 위해 노력하는 아우들이 있다. 제약사들의 자회사 얘기이다. 이들 중에는 제약 모회사인 형들을 뛰어넘어 그룹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선수’들이 즐비하다.

◇미래 먹거리 창출 임무 수행

JW그룹에서 바이오의약품을 담당하고 있는 JW신약(067290)은 2009년 크레아젠이라는 바이오 벤처를 인수했다. 당시 크레아젠은 면역세포 중 하나인 수지상세포에 항원을 접목시키는 약물전달 플랫폼기술인 ‘크레아박스’를 가지고 있었다. 수지상세포를 간암 항원 단백질로 자극하면 이 세포는 간암치료제가 되고 신장암 항원 단백질을 접목하면 신장암치료제로 진화한다. 신장암치료제인 크레아박스-RCC는 국내 최초 면역세포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2014년 임상3상에 들어간 간암치료제 ‘크레아박스-HCC’는 최근 발표된 임상2상 결과에서 색전술과 비교해 재발을 막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왔다. JW크레아젠은 현재 교모세포종치료제, 전립선암치료제,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등 크레아박스 플랫폼을 이용한 다양한 치료제를 현재 연구 중이다.

JW그룹의 의료기기 회사인 JW바이오사이언스는 JW메디칼의 자회사다. 이 회사는 예전에는 무영등이나 천장 펜던트 등 수술실용 솔루션이 주요 매출원이었지만 최근에는 체외진단용 시약, 진단기기 등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으로 체질 전환 중이다. 지난해 진단시약 매출 비중이 이미 52.8%로 절반을 넘었고 올해에는 6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5월에는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으로부터 패혈증 조기진단 기술을 이전받아 기존 혈액배양 검사보다 최대 100배 빠른 진단법을 개발 중이다. 김진환 JW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진단시약 등 주력 분야에 대한 R&D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 의료환경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2015년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했다. 바이오의약품에서의 기술격차를 한 번에 해결한 것이다. 당시 한올바이오파마는 단백질 개량기술인 ‘레지스테인’ 기술을 자체 보유하고 있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항체의약품 같은 바이오의약품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주사제로 투여하는 항체의약품을 안약형태로 바꾼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개발 중으로 현재 미국에서 임상2상을 신청해 놓은 상황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항암제의 최신 트렌드인 면역항암제도 개발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공격하는 대신 암 자체가 내는 신호를 찾아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 약이다. 현재 3~4개의 면역항암제가 개발돼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기존 1세대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차세대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원료의약품에 집중…제약사가 거래처

유한양행(000100)의 자회사인 유한화학과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에스티팜(237690)은 약의 재료를 만들어 제약사에 납품하는 게 주 수익원이다. 두 회사 모두 다국적 제약사인 길리어드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한다. 에스티팜은 원료의약품을 전문으로 하던 삼천리제약이 모태로 동아쏘시오홀딩스가 2010년 인수했다. 에스티팜은 C형간염 치료제인 하보니, 소발디의 원료의약품을 공급한다. 지난해 200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인수 이전에 이미 FDA를 비롯해 호주, 일본, 세계보건기구 등의 인증을 받은 생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외시장 개척이 쉬울 것으로 판단했다”며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은 33.5%, 영업이익은 92.6%이 늘만큼 알짜회사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유한화학은 2002년 FDA의 c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을 받았다. 길리어드에 B형·C형 간염치료제, 에이즈치료제, 항생제 등의 원료의약품을 공급해 지난해 173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한화학 안산공장은 50만L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내 최대규모의 생산시설이다. 유한화학은 950억원을 투자해 경기 화성시에 신규 공장을 짓기도 했다.

◇인접분야 진출해 시너지 강화

제약업 본연의 업무와 연관된 분야로 진출한 회사도 있다. 녹십자(006280)에서 진단기기, 혈액백, 투석액, 의료기기 사업을 맡고 있던 녹십자엠에스(142280)는 2015년 혈당기 회사인 세라젬메디스(현 녹십자메디스)를 인수하면서 혈당측정기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지난 3월 녹십자엠에스는 미국 테코 다이아그노스틱에 혈당측정기 140억원 어치를, 6월에는 중국 파트너사를 통해 50억원 규모의 혈당측정기와 당화혈색소 측정기를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녹십자엠에스는 유전자 진단 분야에 R&D를 강화하고 있다. 차후 목표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 기반의 유전자 검사 시스템, 미세유체흐름제어기술을 적용해 정확도를 높인 현장진단 시스템 개발이다.

한미약품(128940)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는 지난해 제이브이엠(054950)(JVM)이라는 회사를 1290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병원이나 약국의 의약품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전문 기업으로 관련 국내외 특허를 540건이나 보유한 세계 4대 기업 중 하나였다. 약 900억원의 매출 중 수출이 40%를 차지하고 한국, 미국, 유럽에서 각각 시장점유율이 80%, 75%, 75%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JVM 인수 이후 한미약품은 중국법인인 북경한미약품을 통해 중국 의약품 관리 시스템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M&A를 통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의 격차를 쉽게 좁힐 수 있고 제약과 인접한 분야에 진출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자회사들이 강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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