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韓전자 삼두마차] 슈퍼사이클 올라탄 `메모리`…中 추격 대비 필요

  • 등록 2017-05-06 오전 6:00:00

    수정 2017-05-06 오전 6:00:00

전 세계적인 메모리시장 호황으로 국내 반도체업계가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바의 메모리사업부 매각과 중국의 대규모 투자 등으로 인한 시장 판도 변화도 철저히 대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중국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510억 달러(57조 7000억원)를 기록하며 역대 2위의 성적을 거뒀다. 이런 수출 호조세는 전 세계적으로 ‘슈퍼 사이클’에 접어든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부문이 이끌었다. 4월 한달 간 반도체 수출액은 71억 4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앞서 국내 양대 업체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올 1분기 나란히 반도체 분야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매각에 따른 시장 판도 변화와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은 우리 업체들이 경계해야 할 위험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2017년 메모리시장…연말까지 3大 호재 지속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메모리시장은 △가격 상승 △수요 증가 △공급 감소 등 3대 호재에 힘입어 연말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인공지능(AI)와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SSD(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 데이터센터 서버용 제품 등 고성능·고용량 메모리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제품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 자료를 보면 D램 표준 제품인 ‘DDR4 4기가비트(Gb) 512Mx8 2133MHz’의 평균 가격은 4월 말 3.09달러를 기록, 전달(2.75달러) 대비 한 달만에 12.4% 상승했다. 1년 전인 작년 4월 말(1.31달러)과 비교하면 가격이 무려 135.9% 뛰어올랐다. 또 낸드플래시(128Gb 16Gx8 MLC 기준)도 4월 말 5.51달러로 전달(5.42달러) 대비 1.7%, 전년동기(2.02달러) 대비 172.8% 올랐다.

메모리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인해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세계 1위인 삼성전자와 2·5위인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각각 영업이익 6조 3100억원, 2조 4676억원을 기록하며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기술 측면에서도 두 회사는 D램 분야에서 모두 10나노대에 진입했고, 낸드플래시도 4세대 64단과 72단 3D 낸드 개발에 성공, 경쟁사와의 격차를 지속적으로 벌려나가고 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요 D램 공급업체들은 ‘클린룸’ 공간이 부족해 당분간 추가 시설 투자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낸드플래시 분야도 공급부족 현상이 올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판단돼 메모리 호황은 연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시바 낸드 매각·중국 추격…내년 이후 안심 못할 시장 상황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우호적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일본 도시바의 낸드 부문 사업 매각과 중국 업체들의 끈질긴 추격은 여전히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도시바의 낸드 부문은 SK하이닉스와 대만 홍하이그룹, 미국 웨스턴디지털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매각 가격이 2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인수전 결과에 따라 낸드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도시바는 낸드의 원천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6.1%로 1위를 차지했고, 도시바(17.4%), 웨스턴디지털(15.7%), 마이크론(12.3%), SK하이닉스(10.3%)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만약 웨스턴디지털이나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하면 점유율이 30% 안팎으로 올라가 삼성전자와 함께 양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조차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1조 위안(165조원)을 투자하는 등 거센 추격을 계속하고 있는 부분도 우리에겐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삼성전자도 올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다자 간 전화회의)에서 중국으로의 인력 유출에 따른 기술 격차 감소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반도체 업체가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는 건 사실이지만 미세공정과 고부가 솔루션이라 기술 장벽이 높은 편”이라면서도 “중국이 많은 인력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쪽에서 스카우트한다는 풍문이 있는데 직접 언급하긴 어렵고 인력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메모리 생산을 시작해 공급량이 늘고 시장은 하락세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존 에렌센(Jon Erensen)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중국이 메모리 시장 진입을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반도체 시장은 2019년부터 공급 유인에 따른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4분기 기준 전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자료 IHS마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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