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남동발전이 운영 중인 인천 옹진군 영흥화력발전소 모습.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11일 ‘대기오염 물질 배출사업장의 대기질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이 발전소의 미세먼지가 50~70km 떨어진 서울, 경기지역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사진=인천환경운동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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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대통령이 미세먼지 원인의 하나로 화력발전소를 지목한 이후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에 신경전이 일고 있다. 규제 부처인 환경부가 발전사 사장들을 부랴부랴 소집해 대책을 세우려고 하자 진흥 부처인 산업부는 ‘협의도 없이 규제부터 하려고 하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연만 차관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발전5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사장들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 대책과 관련해 비공개 면담을 진행한다. 정 차관이 발전사 사장들과 미세먼지 대책을 주제로 만나는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남동발전은 인천 영흥, 남부발전은 경남 하동, 동서발전은 충남 당진, 중부발전은 충남 보령, 서부발전은 충남 태안 등에 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 국내 배출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까지 화력발전소 14기가 증설될 예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미세먼지 문제를 언급하자 부처별 협의도 없이 부랴부랴 대책 마련이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환경부가 필요하면 산업부 산하기관을 부를 수 있다”면서도 “미세먼지 대책 논의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미세먼지 대책 논의는 금시초문”이라며 “어떻게 사전에 협의도 없이 일 처리를 이렇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환경 문제 소관부처로서 의무적인 부처별 사전협의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필요하면 대형사업장들과 환경부 차원의 간담회를 했다”며 “기업, 발전사들과 만나 논의할 때마다 산업부와 모두 협의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세먼지 대책을 두고 부처 간 신경전이 나오는 사이 발전사들 사이에선 보이콧 움직임도 나온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기반 닦고 에너지 수급에 기여했는데 불러서 죄인 취급하고 추궁하려는 게 아니냐”며 “자체적인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수립 중인데 대통령이 얘기하니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협조 요청을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같은 대형이슈의 경우 부처 간 칸막이를 깨고 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 정부 들어 ‘협업’을 강조했지만 부처 간 협업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미세먼지 문제의 경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규제-진흥 부처 간 교통정리를 하고 행정절차를 마련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