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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1963년 염상섭 작가가 사망한 이후 유족들은 소중한 문학자료를 모두 불태웠다. 자료를 맡아서 보존해줄 사람도 기관도 없어서다. 국내 문인이 해외행사에 나가면 그 나라의 문학관을 둘러보는 게 필수코스이다.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문학관이 없어서 해외 손님을 인사동 술집으로 안내한다는 우스개까지 나온다”(문학계 한 고위인사)
문학계의 숙원사업인 국립근대문학관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은 근대의 시작과 더불어 식민지·전쟁·산업화와 민주화로 이어지는 특별한 역사를 겪으면서 세계문학사에 기록될 만한 작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통합적으로 보존·관리하고 교육·홍보할 수 있는 국가시설이 없다.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국악원 등 저마다의 국립기관은 있지만 모든 예술의 기초라 할 문학분야는 통합적인 국립기관이 없는 상황이다. 국립문학관은 1996년 ‘문학의 해’를 맞아 국립문학관이 추진됐지만 외환위기로 중단됐다. 문화선진국이나 중국·일본 등 주변국이 이미 오래전에 국립 근·현대문학관을 건립해 문학적 자산을 알리고 후세를 위한 교육시설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국립근대문학관이 동아시아 평화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재용 원광대 국문과 교수는 “한국 근대문학은 일본과 중국과의 연관성을 빼놓고는 연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 나라와 밀접하다”며 “국민문학의 정전 수립은 물론 동아시아 평화구축과 교류의 장으로 근대문학관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우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는 “국립근대문학관 건립과정이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세계사적으로 어느 국가보다 급속도로 근대화를 통과한 한국사회의 그늘과 빈틈, 발전을 성찰적으로 되돌아보는 문화적 품격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