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보를 33원에 판다고?"…뿔난 소비자 줄소송

개인정보 33~2800원 사이에서 매매
개인정보 2만여건 사들여 가공후 법조브로커에 재판매
개인정보범죄 합수단 적발에 민형사 소송 줄이어
  • 등록 2015-11-02 오전 5:00:00

    수정 2015-11-02 오전 5:00:00

[이데일리 박형수 조용석 기자]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불법 유통된 개인정보는 보이스피싱, 스미싱, 신분증 위조, 휴대전화 불법개통, 불법자동이체, 게임머니 위작, 개인회생 사건 불법수임 등 다양한 범죄에 쓰인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이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파는가 하면 전 국민의 90%에 육박하는 4400만명의 병원 진료·처방정보가 불법 수집·유통되기도 했다. 맞춤형 마케팅 효과가 검증되면서 개인정보를 돈 주고 사려는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33~2800원에 팔리는 개인정보

개인정보 관련 정부부처·기관, 민간분야가 참여한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부장검사)’이 적발한 불법 개인정보 매매 사례를 보면 개인정보는 건당 적게는 33원에서 많게는 2800원에 거래됐다.

홈플러스는 2011~2014년 사이에 경품 응모행사를 통해 취득한 개인정보 712만건을 건당 1980원씩 받고 7개 보험사에 판매했다. 홈플러스는 또 동의를 받지 않은 회원정보를 건당 2800원씩 받고 보험회사에 판매했다. 개인정보를 판매해 총 231억 7000만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법조계에서 개인정보 불법 매매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개인정보 2만여건을 100만원에 사들인 텔레마켓팅(TM)업자는 전화로 개인회생신청 희망자를 골라냈다. 한차례 가공된 개인정보는 건당 50만~60만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법조브로커는 가공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개인회생사건을 건당 약 150만원씩에 불법 수임했다.

합수단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적발하고 관계자를 기소하면서 민사 소송도 늘고 있다. 대다수가 관리를 잘못해 개인정보 유출을 막지 못했거나, 고의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당사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7월 소비자 1000여명과 함께 홈플러스·신한생명·라이나생명을 상대로 ‘피해자 1인당 30만원씩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와 진보네트워크센터도 홈플러스 등을 대상으로 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뿔난 소비자…천억대 소송도

법조계 안팎에선 형사재판보다 민사에서 개인정보 관련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범위가 넓어서 홈플러스가 손해배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민사상 불법행위란 형법상 처벌의 범위보다 크다”며 “형사재판에서는 무죄를 선고받는다 해도 민사재판에서는 배상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법 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홈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측 변론을 맡은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일반 회원정보를 아무런 고지 없이 보험회사에 넘겼다”며 “홈플러스의 불법성을 재판부가 인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3만 5390명이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농협은행 등 카드사와 개인신용정보 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금융감독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개인정보 유출로 3개 카드사가 당한 전체 손해배상 소송의 청구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피해자 측은 “개인정보보호법 제29조에 따라 카드사는 개인정보가 도난·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개인의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를 유출한 책임이 카드사에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카드사 측은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했어도 현실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개인정보가 이용될 우려가 있는 정도”라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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