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먹을 것인가 먹힐 것인가

  • 등록 2015-06-03 오전 3:10:00

    수정 2015-06-03 오전 3:10:00

[베이징= 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중국에서 물건을 살 때 이따금 한국과 비교를 하게 된다. 요즘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제품명을 치기만 하면 바로 가격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잠깐의 품만 들이면 된다. 물건 대부분은 한국이 비싸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만든 제품이 대부분이기도 하겠거니와 인건비나 재료비 등등이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만든 제품이 바다 건너 한국으로 넘어가면 배송비나 세금 등에 중간 상인의 이익 등을 고려하고도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뛰는 느낌이 있다. 같은 물건이 2~3배 가격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 그러다 보니 그런 물건을 발견하게 되면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하며 마구 지르게 되는 경우가 적잖다.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중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까지 곳곳으로 직접구매(직구)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많다. 직구는 언어의 문제나 배송비, 배송 시간 등 다양한 어려움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을 감내할 만큼 가격이 매력적이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직구를 ‘좀’ 해본 사람들이 직구의 방법을 자신의 블로그 등을 통해 쉽게 설명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냥 따라만 해도 된다.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쇼핑몰은 중국 1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다. 타오바오를 이용하면 중국 전역의 물건을 현지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문제는 배송이다. 넓디넓은 중국의 서쪽 끝에서 물건을 사게 되는 경우라면 한국에서 물건을 받는 데까지만 몇 주가 걸릴 수도 있다. 게다가 잘못된 물건이 배송되면 교환·환불도 복잡하다. 그렇지만 저렴한 가격이 국내 직구족들을 유인하고 있다.

진둥(JD.com)은 중개 서비스뿐만 아니라 직접 물건을 팔기도 한다. 가격은 살짝 비싸지만,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바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택배도 자체 물류망을 이용하다 보니 진둥이 파는 물건을 사면 결제는 집에서 물건을 받고 카드 기계로 할 수도 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의 진화는 눈이 부시다. 철저히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변하고 있다. 물론 소비자만 좋은 것은 아니다. 판로를 찾지 못하거나, 중간 상인들에게 작은 마진으로 상품을 넘겨야 했던 중국 작은 마을의 농민공들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중간 유통 단계로 가격 거품이 빠져 판매자와 소비자가 모두 웃게 되는 구조다.

이런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들은 물류 개선을 통해 추가 시장 확보에 나서려 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택배업체들을 인수하며 면적 960만㎢, 남한의 96배가량 되는 중국에서 당일 배송의 꿈을 꾸고 있다. 여기에 한국 시장도 기웃거리고 있다. 한국인들의 직구 열기와 함께 한국을 발판으로 태평양 지역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알리바바는 또 다른 쇼핑몰인 티몰에 한국관을 설치했다.

우리는 한국관 설치 등으로 한국 기업이 더 쉽게 물건을 팔 기회가 왔다고 여기지만, 배송비 등이 낮아지면 한국의 직구 족들의 중국 물건 사들이기도 더욱 가열될 것이다. 중국인들이 관심이 있는 한국 제품은 화장품 등에 한정되기 때문에 더욱 걱정된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류창둥(劉强東) 징둥 회장은 현재 한 건당 8달러 수준인 중국-한국 간 물류비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양국 통관 절차가 간소화되면 2달러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중국 내 배송비 1.2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 한국 유통업체들은 중국 유통 공룡들에 맞서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과 경쟁력 강화에 고심해야 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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