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말정산 사태는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2013년 소득세법 개정 때 소득세가 일정부분 증가할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잠잠했던 납세자들이 근로소득 연말정산을 하는 시점이 되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또한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세부담이 줄지 않는다는 정부 예측과 달리 일부는 세금을 더 내게 되는 상황이 되자 정부의 정확하지 못한 세수추계에 불만이 표출됐다. 이와 함께 소득세를 올리면서 왜 법인세를 올리지 않느냐는 봉급생활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서민증세’라는 비난과 함께 연말정산 문제를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이 세 가지를 따지고 보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첫 번째는 인간의 일반적 심리로 이해할 수 있다. 세금을 많이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되자 그 충격이 큰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세수추계와 관련된 부분으로 납세자 입장에선 불만이 클 수 있다. 세금을 추가로 납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던 납세자가 예측과 달리 더 납부할 경우 정부의 정확하지 못한 추계를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세수추계가 원천적으로 잘못됐다기 보다는 평균적인 상황을 가정하다 보니 납세자의 개별적 상황이 달라 발생한 문제다. 결코 정부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연말정산 폭탄’이라며 분노하는 납세자들에게 간이세액표 개정이나 소득세분납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발언은 납세자 불만을 진정시키는데 전혀 효과가 없다. 이는 징수세액 총액에 영향을 주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 세법을 개정해 2014년 연말정산에 소급적용하겠다는 당정협약은 우리나라 세법적용에서 유래가 없는 일이다. 납세자에게 유리한 소급이라서 입법을 추진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러한 선례를 남겨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때 돌아올 후유증이 우려된다.
위에서 제기한 연말정산과 관련한 문제의 핵심은 ‘증세 없는 복지’다. 그러나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 세율을 올리지 않더라도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액이 증가한다면 증세라고 말해야 한다. 정부가 복지라는 선(善)을 추진하기 위해 증세를 하면서도 증세를 증세라고 인정하지 않아 비난받는 것도 안타깝다. 올해는 ‘증세 없는 복지’가 아니라 ‘증세 있는 복지’를 전제로 한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