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없는 건설업계]해외 수주공사 '어닝쇼크 공포'

6대 건설사 미청구 공사대금 급증
중동시장 위축…신규 수주도 비상
  • 등록 2015-01-20 오전 6:00:30

    수정 2015-01-20 오전 8:36:48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해외 수주 공사에서 적자를 낼 우려가 사라졌다고요? 회계 장부를 보면 그 말을 믿기 어렵습니다.”

한 회계사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장에서 올린 외형적 실적을 이렇게 평가했다. 2013년 업계를 놀라게 했던 ‘어닝 쇼크’(시장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는 것)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가 맞닥뜨린 두 번째 리스크는 ‘해외 수주 공사’다. 과거 저가에 수주한 사업장에서 추가 손실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신규 수주 전망마저 안갯속이다.

본지가 국내 시공 능력 평가액 기준 6대 건설사들의 지난해 3분기 ‘미청구 공사’ 현황을 집계한 결과, 총 13조4395억원으로 어닝 쇼크 직전인 2012년 말(10조6764억원)보다 약 2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청구 공사는 건설사가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공사 대금이다. 회계 장부에 미리 매출로 잡아놨지만 실제 현금은 들어오지 않은 미수 채권이라는 뜻이다. 회계 전문가들은 잠재적인 부실 가능성이 큰 자산으로 분류한다. 공사 기간 지연 등으로 투입한 원가가 크게 늘어났을 때 건설사들이 이를 손실로 분류해 털어내기 때문이다.

미청구 공사는 6대 건설사 모두 증가했다. 삼성물산(000830)이 2013년 말 1조476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조9191억원으로 30%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현대건설(000720)은 같은 기간 6492억원이 불어나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GS건설(006360)도 2013년 9000억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낸 이후 2조원 밑으로 내려간 미청구 공사가 작년 3분기에 다시 2조2753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청구 공사가 반드시 부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해외 수주 잔고가 늘어난 데 따른 자연 증가분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2012년을 전후해 건설사들이 저가 수주한 해외 사업장에서 또 다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규 수주 전망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중동 산유국들의 발주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지역 수주액은 313억5000만달러로, 전체 수주액(660억달러)의 47.5%를 차지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유럽·중국·인도 건설사들의 수주 공세도 거세다. 김운중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중동시장 위축과 중국 등 후발 주자의 추격, 유로 약세·엔저라는 날개를 단 유럽·일본 건설사의 공세로 해외시장의 중장기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라며 “건설 공사 수요는 있지만 재원이 부족한 국가에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펀드를 조성하는 등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대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 변동 추이. 단위 억원. [자료=각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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