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메이플라워호 맞이하자①] '다문화'라는 말 꼭 써야 하나요

아시아 이민자 차별 부추겨
특정 용어 없이 받아들여야
  • 등록 2014-10-06 오전 6:00:00

    수정 2014-10-09 오후 3:10:39

[이데일리 특별취재팀] 이한필(13·가명) 군은 아버지가 한국인, 어머니가 필리핀인이다. 이름이 분명히 있지만, 친구들은 그를 ‘다문화’라고 부른다. 어느날 학교에서 다문화가정은 손 들어보라고 해서 손을 들었더니 그 이후로 별명이 붙여졌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아빠도 한국 사람인데다 한글도 잘 쓰지만, 다문화라는 단어 때문에 친구들과 거리감이 생겨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다문화라는 용어는 2000년대 초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하면서 만들어지면서 일반화됐다. 주로 농촌결혼이민자나 귀화자가 포함된 가족을 흔히 다문화가정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전에 국제결혼가정의 아이들이 ‘혼혈’이라고 불리는 문제점을 바로잡자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다문화라는 말은 현재 특정 가족형태를 지칭하면서 오히려 아시아계 결혼이민자 가족을 비하하는 수식어로 변질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화 다양성을 뜻했던 다문화가 어느 특정집단의 명칭으로 고착화되면서 고정관념과 편견을 부추기고, 결국 차별행위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민’ 대신 굳이 ‘외국인’ 또는 ‘다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까닭은 ‘대한민국은 이민국이 아니다’라는 낡은 사고에서 연유한 것”이라며 “결혼이민자 가족을 다문화가족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용호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이민통합과장도 “다문화라는 용어는 국가가 뭔가를 부담해야할 대상이라는 법률용어가 된다”면서 “한국인과 외국 태생의 이주민 배우자 사이에 태어난 자녀를 우리 국민으로 그대로 받아들여야하지 다문화 틀로 잡는 건 국민 편가르기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순 계명대 교수는 “다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 다르고, 이미 용어로서 용도가 없는 만큼 아예 쓰지 않는게 맞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주민, 이민자 등 혼재된 용어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은숙 교수는 “사회단체, 정부 부처마다 외국인을 지칭하는 용어가 제각기 달라 정책에 혼선이 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심도 있게 논의 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문화 가정처럼 모호한 용어를 쓰기보다는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에 대해 이주민 인구 등 구체적인 용어를 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민은 한국에 들어온 사람, 이주는 국제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통칭하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가 얘기해야하는 것은 이민정책이지, 이주 정책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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