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 아현동 635번지. “프랑스 유학생활은 어땠어요?” “정신과 간호사라면 힘든 일이 많겠어요.” 매주 목요일 집밥 모임이 열리는 ‘아현동쓰리룸’에서는 낯선 사람들이 밥을 먹으며 각자 인생의 경험을 나눈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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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집밥’ 먹으러 오라.” 지난 22일 경기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인근 한 아파트. 간호사인 엄지현 씨는 낯선 이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직접 만든 밥과 반찬을 대접해 저녁을 함께 먹기 위해서다. ‘집밥’ 사이트를 통해 이 자리를 예약한 이는 다섯 명. 처음 본 이들은 밥을 먹으며 친분을 쌓았다.
철학자 강신주는 밥을 두 가지로 나눈다. 사료와 식사다. 퇴근길 분식집에 들러 산 김밥을 집에서 혼자 욱여넣는 건 사료고, 감정을 나누며 먹는 밥은 식사다. 네 집에 한 집꼴로 1인가구인 시대. 간소화되고 개별화된 밥상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낯선 이들끼리 밥을 먹기 위해 만나는 모임이 늘고 있는 것. 이른바 ‘소셜다이닝’(Social dining)이다.
밥을 주제로 한 식사모임 사이트인 집밥에는 150여개의 모임이 진행 중이다. 지역공동체인 은평독거청년네트워크는 ‘밥솥 모임’을 한다. 10여명의 회원끼리 밥과 반찬을 만들어 먹으며 정을 나눈다. 미식가를 위한 자리가 아니다. ‘집’에서 ‘밥’을 함께 먹는 게 중요하다. 30대 청년 셋이 서울 아현동 쉐어하우스에서 판을 벌인 ‘목요집밥’에 매번 15~20명의 사람이 몰리는 이유다.
대중문화도 집밥 나누기에 빠졌다. JTBC ‘집밥의 여왕’, tvN ‘식샤를 합시다’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생중계로 집에서 밥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BJ’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집밥 나누기의 이유를 ‘관계의 욕구’에서 찾았다. 배가 고픈 게 아니라 정이 고픈 시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금의 관계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집밥 모임을 통해 사회적 관계 확대와 소통의 즐거움을 얻으려는 행위”라고 봤다. 가족의 붕괴를 사회적으로 풀려는 노력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집밥 모임을 “가족의 요소는 누리고 싶은데 가족을 이루는 감정노동은 부담스럽고, 제한적인 관계로 책임감은 줄이고 즐거움은 나눠 가지려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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