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은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을 넘어선 주택 보유자에게 대출금을 회수하는 대신 신용대출이나 장기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해주는 방안을 논의했다. LTV를 넘어선 위험대출 규모가 44조원을 넘는 등 가계부채 부실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것에 대한 대응책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권의 대책에 부동산 시장 공포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금융 부실을 막겠다는 선제조치가 오히려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과천·용인·분당 거래 악화 우려 더 커져
5일 건설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특히 집값이 줄곧 떨어져 주택 수요자들의 씨가 말라가고 있는 경기도 과천 용인 분당 등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택 거래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당장 큰 돈을 상환할 부담은 줄어든다고 해도 가산 금리가 붙는 신용대출로 전환되면 매월 갚아야 할 이자는 오히려 커지기 때문에 빚 부담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각에서는 은행이 ‘신용대출이라도 내 줄테니 이자내면서 버텨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오히려 집값 추가 하락 불안감이 커진 듯하다”고 덧붙였다.
판교·동탄 등 2기 신도시로 공포 확산
LTV 초과분에 대한 시장의 걱정은 2기 신도시로까지 옮아가고 있다. 분양 당시 수요자들에게 청약열풍을 일으켰던 판교(2만1410가구)를 비롯해 동탄(2만308가구) 파주(2만6238가구) 등 신도시도 집값이 10% 가까이 내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담보가치인정비율(LTV) 한도를 초과한 대출금을 장기분할이나 신용대출로 돌려도 이는 언발에 오줌누는 수준일 뿐이다. 결국 ‘집값 하락→LTV 상승→만기 상환부담→주택 헐값처분→집값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집값이 많이 내린 신도시 가운데 아직 입주를 하지 않은 아파트에서는 입주자들이 집단대출 상환과 입주를 거부할 우려도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PB 부동산팀장은 “IMF와 금융위기 때는 집값이 단기간에 크게 떨어졌다가 1년도 못가 다시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며 “부동산 침체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정부의 불안감이 반영된 대책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는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