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접촉 공개는 북측이 밝혔듯 남측이 먼저 했다. 5월19일자 경향신문 보도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어디서 누굴 접촉했는지 밝힐 순 없으나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의 취지가 전달됐다”고 비밀접촉을 이례적으로 확인했다. 회담 성과가 없었기에 정부가 공개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북한은 열흘 넘게 침묵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5월20~27일)과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5월24~28일)을 거치며 종합적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전조는 지난달 30일 “남조선과 상종도 않겠다”는 국방위 대변인 성명에서 나왔다. 예비군 훈련장 사격 표적지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얼굴사진을 넣은 것이 계기가 됐다. 정창현 민족21 대표는 “북한 정치에서 최고지도자의 얼굴을 사격 표적지에 넣은 것은 엄청난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북한은 북·중 정상회담 이후 남북대화에 연연하지 않고 중국·미국과의 관계를 축으로 2012년을 맞겠다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봉조 전 통일차관은 “남북대화의 실체가 이런 거다라는 점을 6자 당사국들에 보여준 것”이라며 “신뢰가 없어 상종하기 어려운데 미국 등이 자꾸 남북대화를 강조하면 어렵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앞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31일 “6자회담 재개 전 남북 간 중요한 대화가 있어야 하며,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들이 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조총련계 매체인 조선신보도 “베이징에서 진행된 조·중 수뇌회담에서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 목표 견지’ ‘6자회담 재개 등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추구’ 등의 정책방향이 확인됐고, 그 직후 평양에서 동족대결 정권을 향한 최후통첩이 나왔다”고 이날 발표를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조만간 재개하게 될 대북 식량지원 역시 북한이 남쪽에 통첩성 메시지를 보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