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는 달러당 115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97달러선이다. 유가는 미국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회복의 가장 약한 고리인 유럽을 벼랑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또 세계 경제를 지탱해온 중국 등 아시아에 인플레 압력을 점증시키고 있다.
◇5백만 배럴 여유분 어디 가고 유가 강세만…
세계 12~13위 원유 수출국인 리비아는 리비아 원유 생산시설의 80%가 반군이 장악하는 지역에 있다. 반군은 시설 가동을 중단하거나, 외국 시설을 약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증산에 나서고, 미국 등 서구 선진국들은 전략 비축유 방출을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가격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원유 공급과 수요가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탓이다.
석유수출기구(OPEC) 생산여유분은 하루 500만 배럴로, 전 세계 하루 소비량의 6% 정도다. 배럴당 146달러까지 치솟았던 지난 2008년 때의 2% 여유보다 많은 양이다. 이 정도도 충분하지 않은데다, 리비아 원유중단 같은 사태를 상정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코스탄자 자카지오 에너지 담당 애널리스트는 "관심은 리비아 다음에 뭐냐는 것"이라며 "단순히 가능성만 있다 해도 또 다른 소요사태가 가격을 더 올리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매우 커졌다"고 전했다.
리비아산 원유가 대체가 쉽지 않은, 질이 좋은 경질유인 점도 상황을 꼬이게 한다. 황 성분이 많아, 수송 연료로 전환하기 어려운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와는 질 차이가 크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들은 "IEA 국가의 비축유 대부분이 리비아산과 달라, 경질유의 원유는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며 "다른 중동국가로 소요가 확산할 상황을 감안한 공급 능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950년대 이후 8번째로 큰 공급 충격이 올 수도 있다"며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알제리, 시리아, 예면 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사회적 불만이 높은 나라에서 긴장의 위험이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유가 강세 지속하면, 글로벌 경제 악영향 예상보다 클 수도
글로벌 경제, 특히 서구 선진국 경제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올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하면 EU는 석유수입에 3750억 달러를 지출하는 상황이 된다. 이는 지난 2008년 3690억 달러보다도 많고, EU 전체 GDP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비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유럽이 글로벌 경제회복의 약한 고리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가가 100달러를 넘기면, 아시아에서 인플레 압력이 심해지고, 특히 중국 같은 주요 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불안정으로 외국 기업들이 이들 지역의 새로운 유전 가스 프로젝트 투자를 연기해, 미래의 또 다른 공급위기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대외관계위원회의 마이클 레비 수석연구원은 "갑자기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는 `블랙 스완`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일어날 것 같은 `화이트 스완` 이벤트"라면서 "어떤 특정한 중단사태가 일어날 지 예측하진 못해도, 중단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상황"이라며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