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브리핑)위기의 진화(進化)

  • 등록 2010-05-24 오전 8:03:55

    수정 2010-05-24 오전 8:16:12

[이데일리 윤도진 기자] 5월도 다 갔다. 월 초 1750선을 바라봤던 코스피는 한 달 조금 못 미친 기간 동안 1600선까지 밀렸다.

지난 달 말 국내 증권사들이 내다봤던 주식시장 예측치들도 민망해진 상황이다. 증권사들이 내다봤던 코스피 하단은 대부분 1650선 윗쪽이었다. 상단은 1800선까지 올려다 봤지만 1700선도 지켜내지 못했다.

예상을 깬 시장 부진의 배경에는 `위협, 위기의 진화`가 있었다.

지난 2월 그리스에서 불거진 남유럽 재정문제는 이 달 초만 해도 시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서 이렇게까지 큰 위력을 발휘할 요인으로 지목되지는 않았다.

이달 초 납유럽 재정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재돌출 했을 때는 오히려 이미 나와있는 악재로, 시간이 흘러가면서 `진화(鎭火)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하지만 남유럽 위기는 주변 국가는 물론 유럽권 국가들 전반으로 재정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또 이 해결 과정이 글로벌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관측 등과 함께 다시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진화(進化)`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 역시 그렇다. 지난 3월 말 발생한 사건은 지난 4월 꾸준히 이어진 외국인 매수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 듯 없는 듯`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잠복기를 거친 뒤 지난 주 침몰원인이 발표되고, 이어 북한에 대한 대응 수위 및 방향 언급이 예고된 상황에서 지금은 시장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관심거리가 됐다.

예상과 달리 한 달 동안 더 몸집을 키운 변동 요인들의 시장 지배력은 이달까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변동성을 염두에 둔 대응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난 주 코스피가 5.7% 가량 급락해 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진 만큼 기술적 반등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이 연휴(석가탄신일)를 보내는 사이 뉴욕 증시에서 다우 지수가 3%대 급락과 함께 1만선 붕괴를 경험하고 반등했다.

이는 외국인 자금의 증시 추가 이탈을 예상케 하지만 한편으론 `바닥권 진입`에 대한 기대감도 키우는 부분이다.

당장은 오전 중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귀를 기울이며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누그러들지, 더 커질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난 주 정부의 천안함 침몰사건 원인 발표, 이에 이은 북한 국방위원회의 성명과 함께 그동안 외국인 매물을 받아줬던 개인이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보면 개인 매수세에 기댈 여력이 있는 지는 의문이다.

경계감 속에 한 주를 시작하는 만큼 조심스러운 전략이 필요한 때다. 급할 것이 없다면 빗길에는 방어운전이 가장 우선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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