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4일 “아들이 술집 종업원들에게 폭행당한 데 앙심을 품은 김 회장이 경호원들을 동원해 보복 폭행을 가했다는 정보가 있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H그룹측은 “김 회장이 폭행에 가담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사건 개요=경찰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8일 밤 김 회장의 둘째 아들 김모(22)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G룸살롱에서 C씨 등 옆방 손님 3~4명과 시비가 붙었다. C씨 등은 서울 북창동의 S유흥주점의 술집 종업원들로 이날 회식을 위해 G룸살롱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비 과정에서 김씨는 C씨 등에게 떠밀려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눈 주위가 찢어져 10여 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었다. S유흥주점 관계자는 “G룸살롱 화장실 앞에서 김씨가 술에 취한 채 시비를 걸어와 싸움이 커졌다”면서 “그때 김씨가 ‘내가 누군 줄 알고 때리느냐’고 화를 냈고, 종업원은 ‘열 받으면 북창동으로 찾아오라’며 명함을 김씨에게 건네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들의 소식을 전해들은 김 회장이 H그룹계열 경호업체의 경호원 20~30명을 동원해 C씨 일행을 승합차에 태운 뒤 제3의 장소로 데려가 폭행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 회장 일행은 S유흥주점에서 “누가 우리 아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냐. D씨를 찾아내라”고 요구한 뒤 D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이 다녀간 뒤 D씨 일행 중 일부는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은 S유흥주점에서 일을 끝낸 뒤 주점 직원들에게 폭탄주를 돌렸다.
김 회장이 아들을 데리고 S유흥주점을 찾아간 것에 대해서는 H그룹측도 시인했다. H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주점에 찾아간 후 서로 밀치는 일은 있었지만 일방적인 폭행은 없었다”면서 “서로 화해하는 차원에서 폭탄주를 마셨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은 미국 예일대에 재학 중이며, 최근 귀국했다가 이 사건 이후 미국으로 돌아갔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술집종업원)들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전혀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폭행 당한 사실도 전면 부인하고 있다”며 “김 회장이 신병치료차 해외출국 중이고, 아들 역시 해외유학 중이라 제대로 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는 28일 김 회장이 입국하면 본격적으로 수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H그룹 경호과장을 불러 조사했으나, 경호과장은 “김씨가 계단에서 실수로 굴러 다쳤다는 말을 해서 김 회장이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H그룹 관계자는 “회장이 (S유흥주점) 현장에 간 것은 화해를 주선하기 위해서였고, (아들을) 혼자 보내면 위험하기 때문에 경호원들을 대동했을 뿐 일방적인 집단폭행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아들이 술집 종업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10바늘을 꿰매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