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결혼한 장현(29·회사원)씨는 미래에 태어날 아기를 사진으로 미리 만났다. ‘2세 합성’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당분간 아이 계획이 없는 장씨 부부는 각자의 사진 2장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만으로 미래 아이를 볼 수 있었다. ‘출산율 최저’라는 큰 고민을 떠안고 있는 한국, 가상 세계에선 ‘2세 만들기’가 한창이다.
현재 장씨처럼 가상으로 아기를 만드는 이들은 고등학생부터 결혼한 30대까지 한 달 최소 6000명에 이른다.
처음엔 일부 네티즌이 ‘포토샵’이나 ‘플래시’로 ‘장난’하는 수준이었지만 ‘2세 예측’이 인기를 끌자 아예 전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업체도 생겨났다. 지난해 10월부터 ‘디지털 2세 만들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프리줌’(www.free zoom.co.kr)은 2장의 사진만 제출하면 범인 몽타주를 만드는 데 사용됐던 ‘모르핑(morphing)’기법을 활용해 2세를 만들어준다. 이도영 팀장은 “하루 방문객은 1000여명, 평균 결제자(한 건당 400원)는 200~3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안광인 LG사이언스홀 부장은 “원래 그 자리에는 ‘미래 내 모습 보기’ 시스템이 있었지만 요즘은 노화한 자기 얼굴보다는 2세를 보고 싶어해 대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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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가상 2세 만들기에 몰두할까? 김태희·이영애 등 연예인과 자기 사진을 합성해 2세를 만들어봤다는 김현태(22·대학생)씨는 “현실에서는 만나기 힘든 스타들과 결합해 탄생한 아이를 보는 게 신기하다”고 말한다.
이장한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이 가진 2세 생산 본능을 ‘쉽고’‘빠르고’‘저렴하게’충족시켜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에선 경제적·육체적으로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만날 수 있는 자녀를 단 몇 분 만에 예측하는 ‘신속성’과 마음에 안 들면 다시 할 수 있는 ‘가변성’이 가상 2세 만들기를 부추긴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