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신? 어머 무서워라”

연기생활 10년만에 영화 첫 출연하는 고현정
개런티는 톱스타급의 10%만 “신인도 아닌데 참 긴장돼요”
  • 등록 2006-04-18 오전 7:44:42

    수정 2006-04-18 오전 7:44:42

[조선일보 제공]
▲ 17일 열린 영화‘해변의여인’의 제작발표회에서 고현정이 자신의 사진이 인쇄된 배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혼생활을 접고 드라마 ‘봄날’로 복귀했던 고현정이 스크린 데뷔를 앞두고 17일 제작 발표회장에서 언론과 만났다. 작품은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 영화 도전은 고현정이 연기생활을 시작한 지 10년 만이다.

고현정은 이날 오후 2시 쉐라톤그랜드워커힐 에스톤하우스에서 열린 제작 발표회장에서 “여러분께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14일부터 촬영에 들어가 9월 개봉예정인 ‘해변의 여인’은 ‘알 것 다 아는’ 30대 남녀 4명이 해변에서 만나 서로 다른 연애방식으로 ‘작업’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고현정은 ‘독일에서 영화음악을 전공한 30대 백수’ 문숙 역을 맡아 김승우·김태우·송선미와 호흡을 맞춘다.

네 배우는 시나리오를 전혀 보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고현정은 10개가 넘는 영화 출연 제의가 들어왔지만, 톱스타 평균 개런티의 10%만 받고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기로 했다. 홍 감독은 대본도 촬영 당일 그날 그날 배우들에게 준다. 이렇게 모든 게 불확실한 상태에서 톱스타가 스크린 데뷔작을 택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거창한 결심 같은 건 없었어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팬으로서 좋아했고, 감독님의 출연 제의가 왔을 때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들였습니다.”

홍상수 감독은 “사람마다 자신을 표현하는 ‘가발’이 있는데, 고현정은 가발의 섬유종류가 굉장히 다양한 배우”라며 “함께 일해보고 싶었는데, 기쁘다”고 말했다.

그동안 과감한 노출과는 거리가 멀었던 고현정, 이번에는 변신을 시도할까?

“어머…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감독님 생각은 어떨지 모르지만 감독님만 원하신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후훗.” 이어 그녀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고 싶지 않은 건 제 작은 욕심이고, 배우로서 꼭 필요하다면 임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첫 영화를 하는 사람의 자세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마무리했다.

“베드신이 내가 알기론 없어요. 침대에선 안 합니다. 하하.” 파트너로 출연하는 김승우의 ‘돌발답변’이 심증을 굳혔다. 10년간 검은 생머리를 고수했던 고현정은 영화 포스터 촬영을 위해 처음 펑크 파마 머리를 시도했다. “영화를 처음 하는데다, 내용도 잘 몰라 두려움이 많아요. 그림일기를 끝내고 줄만 그어진 일기장을 선물 받은 기분이에요. 그렇다고 제가 신인배우는 아니고, 참 긴장되네요.”


류정기자 wel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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