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가 10일(현지시각) 브라질에서 열리는 임상유전학회에 참석하고 11~12일에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릴 줄기세포 정상회담에서 ‘세계적 연구 업적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 ‘줄기세포 외교’를 펴고 있다. 본지 산업부 이영완 기자는 ‘무박 2~3일은 보통’이라는 황 교수의 꽉 짜인 해외 출장을 8일부터 13일까지 밀착 동행취재했다.
“짐은 모두 들고 타셔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저희를 놓칠 겁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대 강성근 교수(수의대)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당부했다. 황 교수는 언제라도 들고 뛸 수 있도록 짐을 간단하게 챙기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워 비행기 탑승 시각에 임박해서야 도착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 황우석 교수(오른쪽)가 9일 브라질 상파울루 공항에서 현지 교민과 인사하고 있다. 교민들은 황 교수에게“한국인의 자부심을 높여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도 황 교수는 거의 마지막 손님으로 오후 3시발 미 로스앤젤레스(LA)행 대한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출발 직전 “무엇보다 이번 여행은 한국을 알리는 ‘줄기세포 외교’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올해 초 배아 줄기세포 복제를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최근에는 척수손상 환자에게 직접 줄기세포 임상시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황 교수에 대한 대우는 이미 달라져 있었다. 평소 연구비를 아끼기 위해 이코노미클래스 좌석만 고집하는 황 교수지만, 이날은 좌석이 침대처럼 180도 펼쳐지는 프리미엄 퍼스트클래스에 앉았다. 대한항공이 국내외 모든 노선에 대해 1등석을 무료로 10년간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그 혜택을 처음 받는 황 교수를 위해 퍼스트클래스 중에서도 유일하게 인터넷이 되는 좌석을 배정했다.
이번 여행도 6일간의 여행 중에 호텔에 묵는 날은 단 이틀. ‘무박 3일’이 다반사인 그에게 비행기는 교통수단이자 다음 연구를 준비하는 ‘연구의 현장’이기도 하다.
황 교수의 ‘인기’는 비행기에서 내릴 때마다 증명됐다. 황 교수는 학회가 열리는 브라질 쿠리티바(Curitiba)로 가는 도중 LA와 상파울루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다. 그때마다 공항에 있던 교민들이 황 교수의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왔다. LA의 교민들은 “한국 뉴스가 좋은 내용으로 외국신문 1면에 난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인의 자부심을 높여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상파울루에서 만난 여성 교민은 “사이언스 논문 발표 당시 브라질의 전 언론이 톱뉴스로 다뤘다”며 “이민 온 지 32년째인데 요즘처럼 한국인이란 사실이 자랑스러울 때가 없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10일에는 쿠리티바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브라질 임상유전학회에서 줄기세포에 대한 강연을 하고, 브라질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주최측은 “평소 참석 인원의 두 배가 넘는, 2000명이 넘는 청중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며 “수백명의 취재진이 황 교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취재지원 한국과학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