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났다고 소비억제 안돼…제어시스템 고도화해야”

(인터뷰) 이차전지 전문가 김종명 상하이과학기술대 교수
“전기차 화재, 다양한 구성요소 원인, 급속·과충전도 문제”
“화재 탐지 BMS 기술 업그레이드, 화재진압기술 개발해야”
  • 등록 2024-08-28 오전 5:00:00

    수정 2024-08-28 오전 5:00:00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가 가장 큰 원인인데 양극재뿐 아니라 패킹 방식이나 과충전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중요한 건 어떻게 안전성을 확보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명 상하이과기대 화학과 교수(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김종명(사진) 상하이과기대 화학과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최근 전기차 화재 이슈와 관련해 “단순히 한국산과 중국산 중 어느 것이 안전하다고 보기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뚜렷한 통계도 없어 비교하기 힘들다”며 “전기차 소비를 억제하기보다는 이차전지 제어 시스템과 화재 진압 기술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인 김 교수는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차전지 전문가다. 그는 이차전지 기술을 개발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국내 업계에서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의 이차전지는 대표적으로 각각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와 리튬인산철을 양극재로 썼다는 점에서 나뉜다. 한국의 삼원계 배터리는 효율성이 높은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낮고, 중국 리튬인산철은 그 반대로 알려졌다. 이에 오히려 한국산이 중국산보다 위험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양극재 여부로 안전성을 따지기엔 무리라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배터리를 구성하는 요소가 많고, 급속 충전에 따른 에너지 과다 공급 등이 화재 원인으로 될 수 있다고 봤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만큼 안전을 위한 구체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또 최근 사건으로 전기차 선호도가 급격하게 떨어졌지만 시장을 위축시킬 만한 조치는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한국에서 전기차 화재가 심각한 사회문제다. 전기차 화재는 왜 일어나는 건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다른 점은 배터리다.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에는 문제없지만 충격, 온도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파손되거나 분리막에 균열이 생기고, 비정상적 화학반응이 일어나 온도가 높아지면 불이 붙거나 폭발할 수 있다. 배터리는 하나의 셀이나 모듈에서 일어나도 옆으로 번지면서 완전히 다 전소하기까지 화재가 진행된다. 문제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생겨난 열이 더 큰 반응을 일으켜 더 큰 화재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터리에서 열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전기차의 불편한 점 중 하나가 긴 충전 시간인데 그래서 요즘 고속 충전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실험을 하다 보면 고속 충전이 재료의 열화, 변형을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재료들에 무리가 간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엔 10분만에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시스템이 나왔다. 기술이 좋긴 하지만 얼마나 배터리 수명을 보장할지 우려는 있다. 10분 내 충전을 한다는 건 많은 전류를 단기간에 흘려주고 그만큼 에너지를 저장한다는 것인데 지금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이긴 하다. 한국도 고속 충전을 많이 사용하는데 굳이 필요한 상황 아니면 저속 충전을 활용하자는 의견과 갈린다. 또 한국은 이번 여름이 유난히 더웠는데 열 때문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이번에 화재가 난 벤츠 전기차는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배터리가 더 위험한가

△어느 나라에서도 뚜렷한 통계 자료가 없어 알 수는 없다. 한국은 삼원계, 중국은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많이 만드는 데 기본적으로 리튬인산철의 안전성 높아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중국산이 안전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양극재만 갖고 볼 수는 없다. 어느 양극재를 사용하더라도 원치 않은 화학반응이 나타나면 열 폭주할 수 있다. 중국은 패킹 등 과정에서 리튬인산철의 효율을 삼원계와 비교될 만한 수준으로 올렸지만 이로 인해 위험성이 더 높아졌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배터리 회사들이 삼원계의 안전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서 리튬인산철이 더 안전하냐고 얘기할 수 있다고 하기엔 어렵다.

-중국 배터리 브랜드별로 안전성은 크게 다른 편인가.

△사실 어느 업체의 제품을 믿겠느냐고 물어보면 (중국 배터리 업계 1위인) CATL을 선택할 것이다. 그만큼 배터리를 많이 만들고 많이 검증한다. 한국서도 기본적으로 (CATL 제품을) 인정하는 게 있기 때문에 당연히 신뢰감을 갖고 있다. 다만 중국에는 아주 많은 기업들이 있고 신기술과 디자인 등으로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에 성능만 가지고 다투기는 어렵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기업의 제품이 대기업 제품보다 못하냐고 묻는다면 회의적이긴 하다.

-전기차 화재는 중국에서 많이 일어난다. 중국 현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중국 학계, 업계에서도 전기차 화재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고 있다. 지난 5월 BYD 매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다만 중국 매체들은 전기차 위험에 대해 대서특필하지 않는다. 정부 차원에서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다.

지난 13일 서울의 한 빌딩 주차장 입구에 ‘전기차 주차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화재 사고로 전기차에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더 나아가 배터리 시장에 영향을 줄까


△이번에 사고를 보면서 우리가 전기차로 전환을 멈춰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한국에선 전기차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 출입을 막는 등 굉장히 부정적 여론이 있는데 이런 방향으로 가면 전기차 소비가 억제될 수 있다.

그런데 전세계적으로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서 전기차가 실제로 기여하는 바가 있다. 중국은 지난 10여년간 공기질이 많이 개선됐는데 전기차 전환이 일정 역할을 했단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전기차로 전환은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대안으로 수소차를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아직 상용화가 덜 됐다.

-결국 중요한 건 배터리의 안전성 확보인데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실험하다 보면 과충전을 여러 번 하면 열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실험실에서 느끼는 점은 어떻게 과충전을 방지하느냐는 것이다. 결국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관건이다. 얼마나 더 위험을 잘 감지하고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아주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배터리의 열 폭주가 일어나기 전 유독가스가 발생하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얼마나 많은 위험 요소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다. 지금의 BMS보다 한 단계 높은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 하나 난제 중 하나가 불이 났을 때 어떻게 끌 것인가다. 지금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물을 계속해서 오래 뿌리는 것인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비효율적이다. 전기차 화재를 얼마나 빨리 진화할 수 있을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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