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영국에서 어린이 3명이 숨진 흉기 난동 사건의 가해자가 ‘급진적인 무슬림 이민자’라는 헛소문으로 촉발된 극우 폭력 시위가 격화된 가운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4일(현지시간) 폭력 시위 가담자들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 4일(현지시간) 영국 남서부 웨이머스에서 반(反)무슬림·반이민 시위가 발생했다.(사진=AFP) |
|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이번 사태를 “주말새 일어난 극우들에 의한 폭력적인 행위”라고 규탄하면서 “이는 정당한 시위가 아닌 범죄적 폭력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심의 여지 없이 이번 폭력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법의 심판을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영국 북서부 사우스포트에서는 10대 소년이 어린이 댄스 교실에 난입해 흉기를 휘둘러 어린이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범인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잘못된 정보가 온라인상에 확산되면서 반(反)무슬림·반이민 폭력 시위가 촉발됐다. 피의자가 영국 태생으로 이번 사건을 이민자에 의한 테러 사건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경찰의 발표도 시위를 계속됐다.
극우 폭력 시위는 리버풀, 브리스톨, 맨체스터 등 여러 도시로 확산됐으며 이날 상점과 일반 사무실 등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 특히 난민 수용시설로 알려진 잉글랜드 로더험에 위치한 한 호텔 근처에는 700여명의 시위대가 모였고, 이들은 마스크나 복면을 쓰고 호텔 난입을 시도하면서 호텔 건물 창문을 깼으며 현장에선 작은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위대와 대치하던 경찰 10명이 의식을 잃거나 골절을 당하는 등 부상을 입기도 했다.
영국 경찰청장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3일부터 전국적으로 147명이 체포됐으며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2011년 런던에서 경찰이 흑인 남성을 총으로 쏴 죽인 이후 수천 명이 거리로 나선 이후 영국 전역에서 폭력 시위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었다. 당시 스타머 총리는 영국 왕립검찰청 청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