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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ETF는 총 844개에 이른다. 그런데 이 중 9.83%에 이르는 83개는 이날 기준 거래량이 채 100주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거래량 5주 미만인 ETF도 26개(3.08%)에 달했다. 특히 거래량이 100주에 이르지 않는 ETF 중 13개는 상장된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상품이다. 기대를 모으고 출범했지만 그야말로 ‘휴업’ 상태란 얘기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거래되는 펀드로, 2002년 국내 시장에 도입됐다. 다양한 종목이 담겨 있어 분산투자가 가능하고 일반 펀드와 비교해 운용수수료가 낮다. 추종하는 지수나 편입 종목에 따라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상품군에 투자가 가능한데다 환매시점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도 10년 전인 2015년엔 불과 16곳이었지만 현재 26곳으로 늘어난 상태다.
하지만 이처럼 ETF에 뛰어드는 운용사가 늘어나고 상장된 종목 수가 늘어나며 ETF 시장의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 ETF가 대표적이다. 규모가 작아 원래도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데, ETF를 팔려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도 주문을 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ETF일수록 괴리율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괴리율 높은 것은 실제 ETF의 가치와 시장 가격 간 차이가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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솎아내기 나선 운용사…“변경도 허용해야” 목소리도
금융당국이 좀비ETF 정리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업계에서도 달라진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그간 신상품 출시에 집중했던 운용사들이 스스로 ETF 솎아내기에 나서면서다.
한국거래소 역시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에 해외 ETF 시장의 상장 및 상장폐지제도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기고 벤치마크할 수 있는 제도를 모색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ETF 구조조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 거래량이 적은 ETF라도 추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가능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ETF는 라인업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한 영역”이라며 “과거 2차전지 ETF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며 조 단위 상품으로 커졌다”며 “지금 당장 거래량이 적다고 해서 무조건 의미 없는 상품이라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좀비 ETF 정리와 ETF 상장 문턱도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먼저 시장에 진입한 운용사들이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제 라인업을 갖추기 시작한 후발주자들이 힘들어지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무조건 소규모 ETF를 상장 폐지하는 것보다 ETF ‘정비’를 제도적으로 허용해 달라는 목소리도 있다. 팔리지 않는 소규모 ETF를 일부 변경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벤치마크 유사도 등을 고려해서 일부 운용 변경을 허용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 적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상품 취지를 유지하는 선에서 운용 스타일을 소폭 수정하는 것을 허용했으면 한다”고 했다.